허동화 자수박물관장 부부, 평생 모은 유물 5천점 서울시 기증

입력 2018-05-17 11:15  

허동화 자수박물관장 부부, 평생 모은 유물 5천점 서울시 기증
보물·문화재 다수 포함…서울공예박물관서 2020년부터 전시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92) 관장과 치과의사 박영숙(86) 원장 부부가 평생 모은 유물 5천여 점을 서울시에 기증한다고 서울시가 17일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기증 유물이 우리나라 자수공예 역사를 심층 연구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물은 4천241건 5천129점에 달한다. 자수병풍과 보자기 1천여 점을 비롯한 자수공예·복식 등 각종 직물공예품에 장신구, 함, 바늘 같은 침선구까지 다양하다.
국가지정 보물 제653호인 4폭 병풍 '자수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 3건도 포함됐다.
자수사계분경도는 꽃, 나비, 분재 등을 수놓은 병풍으로 기법, 구도, 바탕직물 제작 시대, 실 직조 방법 등으로 미뤄 고려 말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유물이다. 터키 대사 부인이 선점해 외국으로 반출될 상황에 놓인 것을 허 관장 부부가 인사동 고미술상을 설득한 끝에 수집했다는 일화가 있다.



조선후기 왕실 내인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민속문화재 제41호 '운봉수향낭', 제42호 '일월수다라니주머니', 제43호 '오조룡왕비보'도 가치가 높은 유물로 주목된다.
기증된 유물은 모두 서울시가 옛 풍문여고 자리에 건립 중인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옮겨진다. 2020년 5월부터 상설 또는 특별 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허 관장은 1970년대 초부터 한국 민화 연구자이자 민중박물관 건립운동을 주도한 조자룡 선생 조언을 듣고서 자수병풍, 보자기를 수집하며 소장 분야를 특화했다.
아내 박 원장은 평소 자수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치과병원 옆에 박물관을 설립하고 남편의 자수 유물 수집에 기여했다. 다듬잇돌 등 침선용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199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허 관장은 자수박물관을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이라 칭한다. 하지만 작은 사립박물관 소장 유물을 그동안 세계 11개국을 돌며 전시해 우리 자수 공예문화를 알렸다. 1만명이 관람한 1979년 일본 도쿄 전시 이후 최근까지 해외 전시만 55차례다.
국내 전시까지 포함하면 100차례가 넘는 전시회가 열렸다. 1978년 6∼8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박영숙 수집 전통자수 오백년' 전시에는 15만여명이 다녀가 성황을 이뤘다. 개인 소장가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 전시는 삼성 이병철 전 회장이 수집한 청자에 이어 두번째였다.
현재 노환으로 병상에 있는 허 관장은 "우리 자수가 외국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은 어머니 같은 여성이 꿈과 염원을 담아 수놓은 유물의 미감이 세계인의 보편적 감수성에 닿아있기 때문"이라며 "기증을 계기로 반백 년 감동의 역사가 서울공예박물관을 통해 계승되고 다른 소장가에게 기증 선례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min2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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