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팝에 마음 연 한국, 동남아 홀리는 K콘텐츠

입력 2018-05-20 06:00  

아시안팝에 마음 연 한국, 동남아 홀리는 K콘텐츠
태국·대만 뮤지션 줄지어 내한
국내 연예기획사 동남아 진출 확대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다음 달 강원도 비무장지대에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간판급 출연자는 발음도 생소한 태국 싱어송라이터 품 비푸릿(Phum Viphurit)이다.
반짝 이벤트성 섭외가 아니다. 이미 인디음악 성지 홍대 인근에는 아시아 뮤지션의 내한 소식이 줄지어 날아든다.
영미권 록에 열광한 20세기, 북유럽 주축의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이 장악한 21세기를 관통하던 서구문화에 대한 열패감이 옅어지고 이웃 문화에 눈 뜨는 시대가 도래했다.
◇아시안 뮤직의 재발견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최근 태국의 품 비푸릿, 대만의 밴드 노파티포차오동(No Party for CaoDong·草東沒有派對)이 포함된 2차 라인업을 발표했다.
품 비푸릿은 지난해 2월 데뷔한 신인이지만 올해 두 차례 내한공연을 매진으로 몰았다. '롱 곤'(Long Gone)과 '러버보이'(Lover boy) 뮤직비디오는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햇살이 쏟아지는 파타야 해변, 속삭이는 듯 이국적인 발음에 "힙(Hip)하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노파티포차오동은 대만 차오동(草東) 거리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결성해 2012년부터 활동한 4인조 밴드. 2016년 대만 골든인디뮤직어워즈에서 이들에게 최우수록싱글상을 안겨준 노래 '강풍이 부네'(大風吹)는 부조리에 저항하는 가사가 매력적이다. 이번 내한은 보컬 우두(巫堵)와 베이시스트 시슈엔(世暄)이 군 복무를 마친 뒤 여는 첫 해외공연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비무장지대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다.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아시아 전역과 평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이들을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안 힙합도 인기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래퍼 리치 치가(Rich Chiga)는 '댓 스틱'(Dat $tick)이라는 단 한 곡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래퍼 키스 에이프(Keith Ape)도 싱글 '잊지마'(It G Ma)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생산한 음악을 소비하는 비중이 컸던 힙합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동남아와 적극 교류하는 K콘텐츠
미국, 중국, 일본 시장 진출을 성공의 시금석으로 삼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시각도 달라졌다. 동남아시아는 놓쳐선 안 될 시장으로 부상했다. 베트남 최대 음원서비스업체 '징'(Zing)은 V팝 외에 한국음악 차트만 따로 보여줄 정도로 K팝이 대중화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초 베트남 IPP(IMEX PAN PACIFIC) 그룹과 베트남 시장 진출·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했다. 소속 아티스트의 베트남 진출과 현지 인재 발굴, V팝 콘텐츠 제작을 함께한다는 게 골자다.
연예기획사 RBW는 2015년 베트남 현지법인을 세우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송사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공동기획해 방송했다. 베트남의 유명 작곡가 처우당콰(Chau Dang Khoa)와 계약했으며, 최근에는 베트남 국영방송(V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음악프로그램의 우승자인 한국인 진주와도 전속계약을 했다.
방송계와 영화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류 예능인 SBS TV '런닝맨'은 베트남에 포맷을 수출해 올가을부터 현지 지상파TV HTV7과 '베트남판 런닝맨'을 함께 만든다. SBS는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서도 '중국판 런닝맨'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SBS 육아예능 '오마이베이비'도 현지 방송국 HTV2에 포맷을 수출해 높은 시청률을 거뒀는데, 교육열이 높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현지 정서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CJ E&M은 최근 싱가포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 'mm2 엔터테인먼트'와 슬레이트 파이낸싱 딜(Slate Financing Deal)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영화 제작사가 향후 제작할 여러 편 영화에 대해 일정 제작비를 미리 투자받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 계약을 통해 mm2는 향후 3년간 CJ E&M이 동남아에서 투자 제작하는 영화 6편에 투자사로 참여하게 된다.





◇왜 동남아인가…'사드 보복'이 기폭제
익숙하던 중국, 일본 문화계가 아닌 동남아시아 문화계와 러브콜을 주고받게 된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분기점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7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68억9천9천220만 달러로 전년보다 14.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럽, 북미, 동남아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한 덕분이다.
고도성장을 이어가는 동남아 신흥국 자체의 매력도 한몫했다.
RBW 김진우 대표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에서 K팝을 많이 검색한 나라 3위가 베트남이다. 동남아는 경제성장 속도만큼이나 문화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 문화 소비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유튜브를 통해 아시아 콘텐츠를 접하기 쉬워지면서 거리감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출판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조명하는 책이 출판됐다. '변방의 사운드'(채륜)는 캄보디아, 라오스, 홍콩, 싱가포르 등의 팝을 소개한 뒤 "아시아가 서로를 이해하다 보면 이제까지 서양음악의 수용과 전유 정도로 생각한 아시아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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