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聯서 추방된 북한인 통해 드러난 북한의 비밀무역

입력 2018-05-19 10:34  

말聯서 추방된 북한인 통해 드러난 북한의 비밀무역
WSJ, 리정철 압수품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분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독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다 추방된 북한인 리정철(46)씨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통해 북한이 어떻게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외화벌이와 무역을 하고 있는지가 드러났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비밀 군대:해외 공작원들이 어떻게 북한체제를 돕고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리 씨에게서 압수한 랩톱 3대와 휴대전화 4대, 태블릿 컴퓨터 1대 등의 내용을 세세히 분석했다.
신문은 리씨가 말레이시아에서 평범한 무역인 행세를 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해 외화벌이와 비밀무역을 하는 공작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저널에 따르면 리 씨는 수십만 달러 상당의 야자유와 비누 등을 북한 군부가 통제하는 회사에 수출하고, 유엔의 사치품 제재를 피해 25만 달러 상당의 이탈리아산 와인 5만 병도 조달해 북한으로 보냈다.
또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용할 수 있는 산업용 중고 크레인 구입을 시도하고, 러시아를 경유한 북한산 석탄 수입이나 말레이시아 북서부 지역에서의 쌀 재배 등 다양한 돈벌이 구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 씨는 지난 2013년 말레이시아 한 약재상의 신원보증으로 취업비자를 받아 가족과 함께 입국했다. 이 약재상은 종양치료 버섯추출물을 개발한 리 씨의 삼촌을 만나러 북한에 갔다가 리 씨와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버섯추출물 수출을 돕겠다는 제안을 받고 리 씨의 신원보증을 서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현지에서 야자유와 비누, 기타 상품을 도매로 사들여 북한에 보내는 일을 했다. 이 물품들은 제재대상 품목은 아니지만 이를 수입하는 신광경제무역총회사는 북한 군부 운영회사로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불법이다.
이 때문에 리 씨와 현지 업자 간에 오간 문자메시지에는 '1만 달러 이상은 송금하지 말라', '서류에는 기념품 구입 대금으로 적으라' 등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저널은 밝혔다.
신문은 북한이 우호 관계에 있는 국가와의 무역을 위해 수십 년간 공작원을 파견해왔으며, 보통은 대사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엔 당국은 파키스탄 내 불법 주류 판매와 아프리카에서의 무기판매, 방글라데시 금 밀수 등도 이들의 소행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북한이 세계 경제에 통합돼 이런 조직의 중요성이 떨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리씨는 이례적인 사례가 아니며, 북한은 이런 사람들의 군대가 있다"고 했다.
리씨는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으로부터 김정남 암살범들의 도주차량을 조달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하지는 않았다. 그의 휴대전화에서 도주차량과 같은 모델의 차량 사진이 나오고 그의 이름으로 등록된 것이 근거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또 그의 아파트에서 신경가스를 제조할 수 있는 장비를 발견한 것으로 밝혔지만 김정남 독살에 사용된 VX 가스를 실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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