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대통령, 포퓰리즘 연정 승인할까…금융시장 요동 속 시선 집중(종합)

입력 2018-05-23 21:31  

伊대통령, 포퓰리즘 연정 승인할까…금융시장 요동 속 시선 집중(종합)
오후에 총리 지명자 대통령궁서 면담…콘테 지명자, 경력 부풀리기 의혹 '흠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 탄생이 눈앞에 다가오며 이탈리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유럽연합(EU)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구성의 최종 결정권자인 세르지오 마타렐라(76)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이 제출한 국정 운영안과 총리 후보를 승인하느냐를 놓고 장고를 이어가던 마타렐라 대통령은 23일 오후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를 대통령궁으로 전격 불러 들였다.
대통령은 콘테 지명자를 직접 면담한 뒤 그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줄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지명자를 면담한 것이 그에 대한 자동적인 승인을 의미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성운동과 동맹은 대통령의 조치를 반기며 대통령은 즉각 콘테 지명자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와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대표는 지난 주 후반 공동 국정운영안을 타결 짓고, 총리 후보자로 피렌체 대학 법학교수인 주세페 콘테(54)를 선정했다. 이후 지난 21일 이 같은 결과를 대통령에 보고하고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그러나 22일 오전 상원과 하원 의장을 면담한 뒤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으나, 이날 드디어 침묵을 깼다.
대통령은 복지 확충, 세금 인하, 연금수령 연령 상향 무효화 등으로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줄 게 뻔한 공약을 내세운 데다, 난민 정책, 예산 운용 등에서 유럽연합(EU)과의 엇박자를 예고한 포퓰리즘 연정의 국정운영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동안 쉽사리 '오케이' 사인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대통령은 아울러,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무명의 학자가 막중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총리 후보로 천거된 것에 대해서도 마뜩잖아 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콘테 후보가 오성운동과 동맹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두 정치 세력의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22일 콘테 후보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까지 더해지며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미국 뉴욕타임스 취재 결과 콘테 지명자가 법률 지식을 심화시킬 목적으로 수학했다고 이력서에 게재한 미국 뉴욕대(NYU)는 "그가 연구나 공부를 위해 머물렀다는 공식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다만, 그가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는 하루나 이틀 짜리 단기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오스트리아 빈의 교육기관 등에서도 공부했다는 콘테 후보의 주장에도 미심쩍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며, 콘테 후보는 총리 후보로 발표된 지 하루 만에 도덕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콘테 후보를 둘러싸고 뜻하지 않은 논란이 불거지자 오성운동 내부에서는 당초 오성운동의 바람대로 디 마이오 대표를 총리 후보로 다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살비니 대표의 반대로 즉각 제동이 걸렸다.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서로 자신들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두 정당의 연정 협상이 교착에 빠지자, 제3의 인물을 총리 후보로 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디 마이오 대표는 23일 "우리의 총리 후보는 여전히 콘테"라고 강조하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후보 교체설을 서둘러 진화했다.
오성운동은 또 "콘테는 결코 스스로 언급한 대학들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며 "국내외 언론이 이탈리아에 '변화의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하며, 흠집내기식 보도를 하고 있다"고 언론 보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전날 다소 안정 기미를 보였던 금융시장은 이날 다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새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탈리아의 유로화 가입을 '역사적 실수'라고 지적하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대비한 '플랜 B'를 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날 177bp까지 하락했던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오후 기준으로 194bp로 치솟아 작년 6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0.54% 상승했던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1.83% 급락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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