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무산 스님의 마지막 시

입력 2018-05-27 18:00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무산 스님의 마지막 시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온 몸에 털이 나고/이마에 뿔이 돋는구나/억!"
세수 87세, 승납 60세로 지난 26일 입적한 무산 스님의 열반송(涅槃頌)이다.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이었던 무산 스님은 오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시조시인이기도 하다.
조오현이 무산 스님의 속명이자 필명이다. 그는 열반송을 마지막 시(詩)로 남긴 셈이다. 열반송이란 고승들이 입적하기 전 남기는 마지막 말이나 글로, 임종게(臨終偈), 열반게(涅槃偈)라고도 한다.
스님은 틀에 갇히지 않은 파격적인 법문과 선시(禪詩)를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무산 스님은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39년 성준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밀양 금오산 토굴에서 6년간 고행하기도 했던 스님은 1989년 낙산사에서 정진하던 중 오도송(悟道頌) '파도'를 짓는다.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오도송이란 선승이 자신의 깨달음을 읊은 선시를 뜻한다.
평생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은 무산 스님은 1998년 백담사 무금선원을 설립하는 등 설악산을 지키며 가라앉았던 선풍(禪風)을 진작했다.
백담사, 신흥사 등이 있는 설악산은 한국 불교의 선맥(禪脈)이 태동한 곳이다.
무금선원에는 밖에서 열쇠를 잠그는 등 규율이 엄하기로 유명한 수행 공간인 무문관(無門關)이 있다.
지난 2012년 신흥사 동안거(冬安居) 해제 법회에서 스님은 "나는 여든까지 살았지만 아직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건지 잘 모른다"며 "그것을 알기 위해 참선이라는 이름으로 수행하고 안거하는 것 아니냐. 콧구멍만 한 방에 들어앉아서 구멍으로 들어오는 밥을 먹으며 3개월 동안 징역살이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는 1년에 6개월씩 백담사 무문관에 직접 들어가 수행했다.
무산 스님은 포교와 문학 활동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1998년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하고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시작했다. 2003년에는 인제군에 만해마을을 세웠다.
1999년 '불교평론'을 창간했으며, 2001년에는 만해 한용운이 창간한 '유심'지를 복간했다. 2002년 춘천불교방송을 개국했다.
스님은 1999년 성준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스님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업을 펼쳐왔다.
문학상으로는 남명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이승휴문학상을 받았다.
스님의 작품집 중 '아득한 성자', '만악가타집', '적멸을 위하여'는 영어판으로 출간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영결식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신흥사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다비식은 강원 고성군 건봉사 연화대서 치러진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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