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마저…가톨릭 위축에 교황대안은 '소외된자 섬기라'

입력 2018-05-28 12:17  

아일랜드마저…가톨릭 위축에 교황대안은 '소외된자 섬기라'
유럽원류 세속화 속 낙태금지 폐지로 또다른 타격
교황, 남반구로 눈돌려…"가난한 자·소외된 자에 더 가까이"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가톨릭이 압도적인 아일랜드가 헌법에서 가톨릭 교리인 낙태금지 조항을 폐지하면서 유럽의 세속화 추세가 재확인되고 있다.

아일랜드의 이런 결정은 그렇지 않아도 유럽 내에서 점점 약화해가는 가톨릭 교세에는 또 다른 타격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유럽을 통틀어 가톨릭의 막강한 발자국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자 총리가 이끄는 룩셈부르크 정부는 공립학교에서 종교 과목을 없앴다.
스위스의 경우 2012년 660개의 교구를 150개로 축소했다.
스페인에서는 가톨릭 신자들의 미사 참석률이 2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프랑스에서는 10% 만 미사에 참석하고 있고 네덜란드의 미사 참석률은 5%로 유럽에서 최저치다.
독일에서는 가톨릭 교회에 대한 기부가 점점 줄고 있다.
유럽 거의 전역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참여도는 추락했고 교구들은 줄어들고 있으며 사제와 수녀 충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톨릭 교리에 반하는 동성애자끼리의 결혼은 증가하고 있고 낙태를 합법화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 조항을 폐지한 것은 이 같은 세속화의 가장 최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일랜드는 이미 동성애자끼리의 결혼까지 합법화한 상태다.
아일랜드국립대(UCD) 메리 매컬리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톨릭 교회의 발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추세와 관련, 가톨릭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상황에 대해 신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는 보내지는 않고 있으나 다른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NYT는 독실한 유럽을 유지하는 대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남반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게 교황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유럽에 있는 가톨릭 교세의 동력, 원류 집단을 지키기보다 가톨릭이라면 꼭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섬기는 자세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의 이 같은 태도는 폴란드 등지에 있는 가톨릭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교세 약화에 대한 가톨릭의 우려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 때부터 감지돼왔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세속주의를 가톨릭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여겼으나 유럽에서 세력 약화를 막지 못했고 결국 2013년 사임했다.
후임 교황을 찾아 나선 추기경들은 1천300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 출신이 아닌 인물을 교황으로 선출했다.
NYT는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택을 받은 것은 바티칸이 가톨릭의 미래를 제대로 인식한 데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취임 5년째를 맞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급진적일 정도로 가난한 자들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고 현재 바티칸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주 이탈리아 주교회의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백 개에 달하는 이탈리아 교구 가운데 일부를 한데 모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가톨릭 교구가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사제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교세를 지키기 위해 빈자, 남반구로 눈을 돌리는 교황의 미래 비전에는 많은 난관이 예고돼 있다.
NYT는 가톨릭이 남반구에서도 유럽이 직면한 교세 약화의 전철을 밟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황이 아일랜드의 낙태금지 조항 폐지에 침묵하면서도 칠레의 성학대 추문에는 관심을 쏟은 점은 그런 우려를 반영한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는 성학대 추문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다양한 종교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가톨릭이 근거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다.
단적인 예로, 세계 최대의 가톨릭 신자 수를 자랑하는 브라질에서는 복음주의 교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오는 2030년이면 브라질에서는 가톨릭이 소수 종교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브라질을 택한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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