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 쌓인 데다 법원 자체조사 마무리
"형사고발 없다"→"검찰에 협조"…기류 바뀐 법원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검찰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이 의혹이 불거진 이후 참여연대 등으로부터 접수한 고발사건 7건을 한 부서에 몰아 배당해놓고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관망해 왔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친 자체조사를 마친 사법부는 더이상 추가조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삼았다는 조사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이 검찰 수사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법원이 28일 검찰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수사를 본격화하기 위한 대내외적 요건이 갖춰진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원의 조사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3차 조사를 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 등을 입수해 직권남용·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 법리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차 보고서가 나온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미묘하게 달라진 법원 분위기도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보고서 공개 직후 조사단은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과 관련해 "직권남용죄 여부는 논란이 있고, 그 밖의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고발 등 형사상 조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과 조사단장을 맡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필요하면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조사단의 한 관계자도 이날 검찰에서 문건 제출 등 요청이 들어오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수사권이 없는 탓에 미진한 조사를 검찰이 마무리해달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법관들이 고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법원 입장에서 검찰에 보낼 수 있는 신호의 최대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의 수사착수 시기나 범위는 의혹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법리적으로 검토한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검찰 내에서는 법원행정처 간부가 본연의 직무에서 벗어나는 지시를 내리고 관련 문건 수백 건이 생산된 과정 자체가 직권남용죄를 구성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한 검찰 간부는 "인사 불이익이나 재판 간섭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면 문건은 기획부서의 아이디어 기록 정도로 볼 수도 있다. 불이익을 줬더라도 법원조직 특성상 인사기준에 따라 근거를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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