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몬 파드로 KF-VUB 한국 석좌 "北 비핵화 노력에 美 보답할 것"
"文대통령, 5년만 생각하지 않아…미래를 위한 틀 구축"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 쪽으로 다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둘러싼 양국 간 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을 방문중인 라몬 파체코 파드로 한국국제교류재단(KF)-브뤼셀 자유대학(VUB) 한국 석좌(Korea Chair)는 지난 28일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변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공을 원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파드로 석좌는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학 부교수, 런던아시아태평양센터 공동이사로 활동하는 등 유럽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꼽히며 지난해 10월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KF 한국 석좌로 임명됐다. 유럽 사회에서 한국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와 유럽 간 상호 이해를 높이고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파르도 석좌는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이 앞으로 장기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5년만을 생각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틀(framework)을 만들고 있다"며 "나중에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이 틀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예로 들며 "남북의 핫라인이 있으면 오전에 양 정상이 통화하고 오후에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다"며 "4년 뒤에 어떤 사람이 집권하든 '5년 뒤로 다시 돌아가자'고 말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르도 석좌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며 이를 뒷받침할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북한의 경우 "탈북자들은 북한이 더이상 공산주의 경제가 아니라 시장 경제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며 "병진 노선을 시작할 때부터 경제개혁은 중요했다. 이건 단순히 체제 선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파르도 석좌는 "6년 동안 경제개혁을 외치다가 이를 갑자기 그만두고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할 사회는 없고, 북한도 다를 바 없다"며 "김정은 정권은 정말로 경제개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정상회담 추진 속도에 주목하며 "모든 게 빨리 진행됐다.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노력에 미국이 보답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무엇보다 한국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겨도 북한과 협력하려는 대통령이 있다"고역설했다.
파르도 석좌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할 때도 중국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지난해에도 중국이 불만을 표했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 개발에 중국의 역할이 있지만, 정치적으로 사람들은 문 대통령이 운전석에서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조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중국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면 중국이 필요하다"면서도 "평화협정이 법률적으로 가장 강력한 문서인데 남북이 둘 다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중국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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