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건강·장수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입력 2018-06-01 07:18  

우리는 건강·장수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신간 '우리 몸 연대기'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우리의 조상이 600만 년 전 유인원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침팬지와 다른 인간이 될 수 있게 한 근본 요인은 무얼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큰 두뇌도, 언어도, 도구 사용도 아닌 '두 발 보행'이라고 한다. 두 발 걷는 것이 손을 이동에서 해방해 도구를 만들 수 있게 하고, 뇌를 키우고, 언어와 다른 인지 능력들을 발달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적지 않다. 인간은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유인원들이 가진 속도와 힘, 운동 능력을 잃었고, 요통, 발목 염좌, 무릎 통증 같은 만성적인 질병을 떠안게 됐다.



신간 '우리 몸 연대기'(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오늘날 암, 심장병, 당뇨병 같은 비감염성 질환과 기능장애가 만연하게 된 원인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대니얼 리버먼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로 인간 두개골 진화와 맨발 달리기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그의 연구는 인간이 먼 거리를 이동하며 식량을 채집하기에 적합한 활동적인 오래걷기 선수로 진화해왔음을 보여준다.
그는 현대인이 겪는 각종 비감염성 질환들을 '진화의학' 관점에서 바라본다.
20여년 전 등장한 진화의학은 현대인들이 과거에는 드문 질병에 걸리는 원인을 과거 수백만년 간 채집수렵 생활에 적응해온 인간의 몸이 현대문명이 만든 생활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진화적 불일치'에 있다고 본다. 비감염성 질환들을 '불일치 질환'이라 부르는 이유다.
일례로 현대인의 만성 질환은 대부분 비만과 관련이 깊다.
수렵채집 시절 음식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웠던 우리 조상들은 당분과 지방이 많은 고칼로리 음식을 되도록 많이 섭취하고, 쓰고 남은 여분 에너지를 지방으로 몸에 잘 비축해두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그리고 식량을 구하러 하루에도 수십 킬로미터를 걷고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쉴 수 있을 때는 언제든 쉬어야 했다. 이를 잘하는 조상들은 더 많은 자식을 남기고 진화적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현대인들이 초콜릿이나 튀김 같은 달고 기름진 음식 유혹을 뿌리치지 어렵고, 되도록 운동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그런 조상들의 몸과 습성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엔 충분한 운동으로 아무 문제가 없던 당분과 지방에 대한 선호가 고칼로리 식품이 넘쳐나고 운동량이 부족한 오늘날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한다.
당뇨병은 몸 세포들이 혈류에서 당을 꺼내 지방으로 저장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아 생긴다. 이는 당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면서도 운동량은 부족한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
결국 우리가 과식하고 정크푸드 같은 나쁜 음식을 좋아하면서 운동을 적게 하려는 것은 뿌리 깊은 자연적 본능이라 할 수 있다. 만성 질환들은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다.
고칼로리 음식과 편안함을 선호하는 현대인 시각에서 보자면 인간은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게 진화한 것이 아니다.
책은 해로운 세균과 해충은 위생 시설과 백신, 항생제로 퇴치할 수 있어도, 나쁜 식생활과 운동 부족, 노화로 유발된 질환들은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여서 간단한 치료약이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약으로 증상만을 치료하는 것은 병을 퇴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도외시하게 해서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저자는 진화의 렌즈로 우리 몸과 질병을 바라볼 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신약 개발에 들이는 노력을 예방의학으로 옮겨야 하고 불합리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아가 원인이 깊은 본능에 있는 만큼 해결을 개개인의 자율 의지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부드러운 개입'을 할 것을 주문한다.
이를테면 술과 담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듯이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도 세금으로 통제하고, 학교에서 경쟁보다 건강에 중점을 둔 체육교육을 의무화하고,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건물을 설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풍요, 불용, 혁신이 초래하는 예방 가능한 질환들의 치료법을 언젠가 완성해 일종의 안정 상태에 이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전망에 회의적이고, 미래의 과학자들이 암, 골다공증, 당뇨병을 정복하기를 바라며 마냥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 왜 우리 몸이 지금과 같은 방식이 되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죽음이나 기능장애를 초래하는 주요 질환들을 치료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지만, 그러한 병에 걸릴 가능성을 줄이거나 예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김명주 옮김. 최재천 감수. 592쪽. 2만2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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