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文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촉구…공포되면 고강도 투쟁 예고
사회적 대화기구 '올스톱' 위기…내년 최저임금 결정 '발등의 불'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입법 절차 완료를 앞두고 노동계가 반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4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1일 같은 장소에서 시작한 농성에 합류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의결과 공포 절차만 남겨뒀다. 사실상 형식적 절차로, 최저임금법 개정안 공포는 시간 문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노동계가 마지막 기대를 거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다.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안에 대통령이 공포하는데 대통령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으면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듭 촉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산입범위 개정은 영세·중소기업들의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취지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노·정 관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고강도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달 중 '최저임금 개악법 폐기 100만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오는 30일에는 10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등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포함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가가 노동자의 적정 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2조 등에 위배되는 것으로 한국노총은 보고 있다.
양대 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기구 불참 방침도 밝힌 상태다. 양극화를 비롯한 사회 문제를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위 불참을 선언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다수 노동자의 생계가 걸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포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양대 노총의 최저임금위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회적 대화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저임금위는 양대 노총의 불참에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의 공익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은 현장방문과 집담회 등을 통해 산업 현장 의견을 수렴 중이며 오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오는 8월 5일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위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근로자위원의 최저임금위 참석을 위해 노동계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노동계 설득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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