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천만원에 웃음·감동은 최고…영화 '튼튼이의 모험'

입력 2018-06-07 06:00  

제작비 2천만원에 웃음·감동은 최고…영화 '튼튼이의 모험'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6년 B급 감성의 코미디 '델타 보이즈'로 주목받은 고봉수 감독의 후속작 '튼튼이의 모험'이 정식 개봉한다.
지난해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무주산골영화제·정동진독립영화제·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등을 거치며 입소문을 탄 작품으로 약 1년 만에 상업 영화관 스크린에 걸린다.
'튼튼이의 모험'은 한때 레슬링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남 함평중학교 레슬링 선수단의 이야기에 바탕을 뒀다.
이 영화의 순수 제작비는 불과 2천만 원. 지난해 한국영화 개봉작 평균 순제작비가 약 19억1천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100분의 1 수준이다.
촬영 직전까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고봉수 감독이 연출·프로듀스·촬영·편집까지 1인 4역을 맡았고 주연 배우들이 공동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작 '델타 보이즈'에 참여한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 등 '고봉수 사단'이 주연 배우로 참여했으며, 제작비 사정상 몇몇 전문 배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출연자를 영화의 배경인 함평에 거주하는 주민 또는 고 감독의 지인으로 채웠다.
실제로 주연급인 레슬링부 코치 상규역은 서울 시내버스 7211번 운전기사이자 고 감독의 친삼촌인 고성완 씨가 맡아 전문 배우 뺨치는 연기력을 과시했다.
고물상 김 씨 아저씨 역은 촬영장소 섭외 중 만난 실제 고물상 사장이 맡아줬고, 슈퍼 주인, 치킨집 주인, 경찰관 역시 실제 가게 사장과 경찰관이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고 감독은 배우가 아닌 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상황만 전달한 후 카메라만 두고 숨어있었다고 한다. 투자를 받기 위한 대본은 있었지만 실제 촬영은 대부분 애드리브로 진행됐다고.



없는 예산을 쥐어짜 만든 영화지만 가격 대 성능비는 그야말로 극강이다. 평균나이 33.3세의 주연 배우들이 연기한 고등학생 캐릭터가 곳곳에서 웃음 폭탄을 터뜨리고 '좀 노는' 고등학생이 실제 할 법한 차진 대사가 귀에 착 달라붙는다.
무엇보다 아무런 백이 없고 실력도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들이 전국체전 예선 출전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순수하고 우직하게 다가온다.
5년간 레슬링을 배웠지만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충길'(김충길 분)은 폐부 직전인 대풍고 레슬링부의 마지막 남은 선수다.
충길은 체육관을 지키며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전업한 코치 '상규'(고성완 분)와 엄마를 고향 필리핀에 보내주기 위해 막노동을 시작한 친구 '진권'(백승환 분)을 찾아가 운동을 계속하자고 조른다.
충길의 진심이 통했는지, 상규의 간절한 로비가 통했는지 학교는 레슬링부의 전국체전 예선 출전을 허락하고 여기에 진권의 여동생을 보고 한눈에 반한 불량써클 블랙타이거의 멤버 '혁준'(신민재 분)까지 레슬링부에 가세한다.
기세가 오른 대풍고 레슬링부는 예선 1승이라는 소박한 목표 달성을 위해 2주간 최후의 지옥훈련에 돌입한다.



제목 '튼튼이의 모험'은 고 감독이 평소 좋아하던 인디 그룹 크라잉넛의 노래 '튼튼이의 모험'의 가사가 이 작품의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에 붙였다고 한다. "만화영화도 아니고 그건 안된다"는 고 감독 어머니의 강한 반대에도 말이다.
고 감독은 제작노트에서 "앞으로도 적은 비용으로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영화인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개봉일은 21일. 15세 이상 관람가.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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