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창녕의 '격전'…집권당 바람이냐 보수당 조직이냐

입력 2018-06-12 17:07  

농촌 창녕의 '격전'…집권당 바람이냐 보수당 조직이냐
여권 중진 등 20여명 출동 "예산 폭탄", 홍준표 대표 고향 못 찾았지만 "조직 안정"

(창녕=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인구 6만4천여 명인 경남 창녕군이 최근 20여 일간 종전에 한 번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심하게 들썩거렸다.
4대 동시 선거가 치러지고 어느 때보다 많은 후보가 뛰는 탓도 있지만, 그보다 조용했던 창녕이 예상 밖의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후보들 면면도 있고 여당의 전국적 선전이라는 외부 요인에도 영향이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판의 거물들이 이 기간 줄기차게 지역을 방문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특히 여당 쪽에 창녕 출신 중진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 데다 이들의 주선 등으로 무려 20여 명의 여당 의원들이 창녕군수 후보 등을 격려하고 '예산 폭탄' 등 공약을 쏟아놓자 '지역 여당'을 자임해온 자유한국당 후보 측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번 창녕군수 선거에는 변호사인 민주당 배종열(56), 법무사인 한국당 한정우(61), 창녕군수와 도의회 의장을 지낸 무소속 김종규(69)·군수 출마 경험이 있는 하강돈(69) 후보 등 4명이 나섰다.
배 후보 등 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여권 인사들이 대거 창녕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23일 오후 창녕군 경화회관에서 열린 '독수리 5남매, 친구 따라 경남 간다' 토크 콘서트로 시작됐다.
이날 행사엔 창녕 출신 박영선·설훈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의령 출신 안민석, 산청 출신 김병욱, 하동 출신 신동근, 남해 출신 김두관 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배 후보 사무실 개소식 때도 창녕 출신 김태랑 고문과 박영선·송영길 의원, 민홍철·김두관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영선 의원은 지난 8일 오전 다시 창녕을 방문, 군청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창녕 오일장에서 세 번째 배종열 후보 지원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위원장이 남지 오일장을 찾아 무산 위기에 처한 낙동강 창녕 워터플렉스 조성사업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5일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찾아 "배종열 후보를 당선시켜준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함께 창녕군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하러 왔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안민석·박주민·백해련·김한정·원혜영 의원을 비롯해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당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하는 등 민주당 인사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도 수차례 방문, 부곡 하와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집권 여당의 거물 정치인들이 잇따라 창녕을 찾아 '폭탄'급 공약을 내놓고 지원을 약속하자 표심에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지역 정가는 분석했다.
초반의 지각 변동 조짐을 두고 한 지역 인사는 "지금껏 창녕에서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 자체를 무슨 죄지은 것처럼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하고 대규모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한국당 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한 후보 측은 "이것은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다"고 한마디로 단정했다. 이어 "유세에서 우리 측을 두고 '악의 무리'라고까지 매도한 것은 너무 심했다"고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예산 폭탄' 공약의 경우 누가 군수가 되든 고향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지원 유세를 와도 농번기에 듣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고향을 사랑하면 평소에 와야 존중받고 신뢰를 받는데 선거 때만 되면…"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한국당 한정우 후보는 '오랫동안 준비된 후보'임을 내세우며 분야별 공약을 내놓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중앙당에선 나경원·전희경 의원 등이 지원하러 다녀갔다.

나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보수괴멸, 자유민주주의 흔들기에만 전념했다"면서 "창녕에서 오래 준비한 한정우 후보를 압도적 지지로 당선시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구 엄용수 의원은 "정부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 예산결산특위 위원으로서 창녕 예산을 확실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정작 창녕 출신인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원 유세 중단 등 논란을 겪은 가운데 고향 군수 후보 지원유세를 하지 못했다.
한 후보는 중앙당에 홍 대표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대표가 지난 11일 창원을 깜짝 방문, 조진래 후보 등을 엄호하고 선산을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한 후보를 찾진 않았다.
한 후보 캠프 내에서도 홍 대표 지원 유세를 놓고 득실에 대해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를 하루 남겨놓고 한국당 도당에선 창녕군수 판세를 '우세'로 분류했다. 초반 잠시 경합우세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지만 탄탄한 조직이 결집하면서 안정적 우세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배 후보 측에선 당에서 '경합'으로 분류했지만 한국당 군수 후보 경선에 나섰던 강모택 전 도의원의 탈당 후 합류, '샤이 진보'의 존재 등을 고려할 때 우세로 마무리될 것으로 자신했다.
새누리당 소속 현 김충식 군수가 무려 76.80%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던 4년 전만 해도 하나하나가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농촌 지역을 20여 일 뒤흔든 여당 후보의 바람이 공성(攻城)에 성공할지, 6전 7기를 내세워 보수당의 오랜 조직력에 기댄 야당 후보가 수성(守城)할지 하루 뒤면 결과가 드러난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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