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지휘자 페트렌코 "지휘봉은 소리 못 내요"

입력 2018-06-13 12:00  

차세대 지휘자 페트렌코 "지휘봉은 소리 못 내요"
오는 14~15일 서울시향 지휘…러시아 낭만의 밤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현재 지휘계에는 두 명의 주목받는 '페트렌코'가 있다.
한 명은 사이먼 래틀의 바통을 이어받아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이 된 키릴 페트렌코(46). 또 다른 한 명이 오는 14~15일 처음 내한하는 러시아 태생 바실리 페트렌코(42)다. 영국 리버풀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과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유럽연합 청소년 오케스트라 등 3곳에서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수장에 쏠리는 관심 덕분에 키릴 페트렌코가 떠들썩한 유명세를 치르지만 그 이전에는 바실리 페트렌코가 더 많이 회자됐다. 처음 베를린 필하모닉 수장이 발표됐을 때 같은 성 때문에 바실리 페트렌코를 떠올린 음악팬이 많았을 정도다.
특히 그는 2006년 30세란 젊은 나이에 영국 오케스트라 중 두 번째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최연소 상임 지휘자로 발탁되며 음악계 화제를 뿌렸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페트렌코는 자신의 지휘 철학과 관련한 질문에 "지휘자의 역할을 단원들에게 명령하거나 주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란 소신을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리더십 아래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은 축구팀 리버풀 FC, 비틀즈와 함께 이 지역 명물이자 상징으로 떠올랐다.
계약 기간을 3년씩 연장하며 이 젊은 지휘자를 붙잡아두던 오케스트라는 급기야 2013년 그와의 계약 기간을 특정 시점으로 한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종신 자격을 부여했다.
"제게 지휘를 알려주신 선생님은 '지휘봉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결국 지휘자가 지향하는 음악은 단원들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단원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같은 맥락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휘자 없이 연주할 수 있을까요. 많은 리허설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연주 자체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없이 연주할 수 있을까요.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공연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쇼가 될 것입니다."
축구 명가 리버풀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그는 축구팀과 오케스트라를 비교해 리더의 자격을 설명하기도 했다.
"축구팀과 오케스트라 리더 모두 팀의 최선을 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다른 팀에서의 선수 영입이나 1·2부 팀을 오갈 수 있는 축구와 달리 오케스트라는 내부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차이점이죠. 축구는 상대방과 싸워서 이겨야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관객과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아 음악을 완성해야 한다는 점도 다릅니다."
이 같은 배려와 존중, 소통의 리더십 아래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그는 "객석 점유율이 40%가량 높였다는 점, 관객 3분의 1이 35세 이하 젊은 관객이란 점,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와 비슷한 '인 하모니' 프로그램을 개발·안착시킨 점 등을 자랑스러운 부분으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크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정하며 온 가족이 즐기는 폴 매카트니 음악 등도 선보인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답게 쇼스타코비치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레퍼토리 연주 및 녹음으로도 호평받는다.
오는 14~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과의 연주회도 가히 러시아의 밤이라고 할 만하다.
1부에서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제임스 에네스)이,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 연주된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경우 이 작곡가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차 러시아 혁명 즈음에 탄생한 곡이기 때문에 작곡가의 삶과 철학, 역사가 집대성된 대곡으로 볼 수 있어요."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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