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정부 내전 끝내라" 아프간 주민 목숨 건 600㎞ 평화행진

입력 2018-06-16 17:24  

"탈레반-정부 내전 끝내라" 아프간 주민 목숨 건 600㎞ 평화행진
4주 전 7명 출발해 80명으로 늘어…"평화 위해 마주 앉아야"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17년째 탈레반과 정부군의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간 주민들이 내전 지역을 가로질러 600㎞를 걸으며 목숨을 건 평화요구 행진을 하고 있어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16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거센 공세를 펼치는 헬만드 주 주도 라슈카르가 주민들은 4주 전 그곳을 출발해 수도 카불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처음 7명으로 시작한 행진은 카불을 50㎞ 정도 앞둔 현재 8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참가자의 요구는 탈레반과 정부가 전쟁을 중단하고 한자리에 앉아 평화회담을 하라는 것이다.
행진 대열을 이끄는 의과대학생 모함마드 이크발 카이버는 행진 중간중간 "우리는 휴전과 대화를 원한다. 외국군도 철군 시간표를 마련하라"고 외쳤다.
수년 전 도로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누이를 잃고 자신은 눈이 먼 자히르 아마드 진다니는 "이 전쟁과 유혈사태에 지쳤고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원한다"면서 "양측 모두 자리에 앉아 평화회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진은 지난 3월 라슈카르가에서 레슬링 경기 관객을 겨냥해 벌어진 폭탄테러로 13명이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주민들이 테러 반대 시위에 나섰고 몇몇이 "여기에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수도 카불로 가서 정부 지도자들에게 직접 우리 뜻을 전하자"라고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10대부터 60대까지 학생, 시인, 보디빌더, 농부, 퇴역군인 등 평범한 주민들로 구성된 참가자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행진 참가 인원이 늘어났고 이들이 가는 길에 주민들이 나와 응원하는 등 호응이 커졌다.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 여러 반군과 테러리스트들이 출몰하는 도로를 따라 밤낮으로 이동하는 것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슬람 단식성월 라마단을 맞아 일과 중 물도 마시지 않고 40℃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 한 달 동안 걷는 것은 그 자체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사르다르 모함마드 사르와리는 "이곳 아프간에 안전한 곳은 없다"면서 "집에 있다 죽거나 상점에 가다가 죽느니 다음 세대는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평화를 위해 죽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는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이후 정부군과 나토 등 연합군을 상대로 한 탈레반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내전 과정에서 로켓포 공격, 자살폭탄 테러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공격으로 지난해에만 민간인 3천438명이 숨지고 7천15명이 다치는 등 군인을 제외한 민간인 피해만도 엄청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을 합법조직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평화협상 참여를 제안했다. 이어 17년 내전 중 처음으로 정부와 탈레반이 라마단과 이드알피트르 축제를 맞아 한시적으로 휴전을 선언하는 등 평화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조성되고 있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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