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켈리 측근 인용해 보도…트럼프와 불화설 속 아동격리 정책도 갈등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백악관 2인자'인 존 켈리 비서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지경에 처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주변에 피력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측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켈리 비서실장의 백악관 내 입지는 최근 몇 달간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8월 혼돈에 빠진 백악관에 입성한 이래 '문고리 권력'을 견제하고 정보유출을 막는 '군기반장'(enforcer)을 자처해왔던 켈리 실장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웨스트윙(집무동)의 군기반장 역할을 더는 맡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폴리티코는 켈리 실장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한 측근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켈리 실장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근무시간에 백악관 내 행정동 건물인 아이젠하워빌딩 체육관 밖에 서 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리들은 오전 늦은 시간 켈리 실장이 운동하는 것은 웨스트윙에 통제를 가하려는 자신의 노력이 패배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해병대 장성 출신에 국토안보부 장관을 거친 켈리 비서실장은 임기 초반에 백악관의 기강을 다잡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신임을 얻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도 동행, 확대정상회의와 오찬에 참석한 바 있다.
하지만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 시작하더니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등 이민 문제의 대처를 놓고 사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켈리 실장이 스스로를 재앙으로부터 미국을 구하고 있는 '구원자'로 묘사하면서 백악관 참모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다고 NBC 방송이 최근 보도하며 트럼프-켈리 불화설은 증폭됐다.
이 방송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전 두 사람이 심한 언쟁을 벌였으며, 당시 켈리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전원 철수 명령을 제지했다고 복수의 관리를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도 두 사람 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로 미 전역이 들끓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이민자 캠프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밝혔다. 주무장관인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부모와 아동이 격리되더라도 모든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켈리 실장은 이러한 행정부의 강경 기류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켈리 실장이 이날 닐슨 장관의 기자회견 개최를 반대했지만, 닐슨 장관은 이를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sh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