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속리산의 '보물창고' 법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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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7-06 08:01  

[연합이매진] 속리산의 '보물창고' 법주사

[연합이매진] 속리산의 '보물창고' 법주사



(보은=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세조에게 예를 표한 정이품 소나무를 지나 법주사로 향한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을 부처님보다 먼저 품어주는 건 숲길이다. 모든 사찰의 숲길이 반갑고, 법주사로 향하는 오리숲길도 그렇다. 나이 많은 소나무와 느티나무, 참나무, 고로쇠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돌배나무가 만든 터널을 느릿느릿 걸으면서 즐기지 못하고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속리산이 품은 법주사는 부처님의 법(法)이 머무는(住) 절이라는 뜻이다. 의신조사가 천축(인도)에서 흰 나귀에 불경을 싣고 돌아와 머물렀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법주사 경내에서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높이 33m의 금동미륵대불. 법주사를 상징하는 화려한 불상이지만, 1990년대 청동불로 세운 것을 2002년 순금으로 덧씌웠다. 녹과 오염물질을 벗겨내고 다시 금박을 입히는 개금 작업도 세 차례나 있었다. 애초 신라 시대 세워졌던 금동 불상은 구한말 경복궁 축조자금 조성을 위해 해체됐고, 해방 이후에는 시멘트로 만든 불상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

쓸쓸한 마음은 어쩐지 텅 빈 듯한 절 마당을 보면서 다시 찾아왔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의신조사가 창건한 이후 고려와 조선 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번성해 60여 동의 건물과 70여 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대찰이었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두 차례나 전소하다시피 했고, 이후 30여 동의 건물만이 다시 지어졌다. 텅 빈 듯한 마당은 실제 대찰의 위용이 상실된 공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국보 3점과 보물 13점에 지방유형문화재까지 두루 간직한 보물창고다. 금강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대웅보전까지 곧게 이어진 길에는 국보 두 점이 나란히 자리한다.



팔상전(국보 제55호)은 현존하는 유일한 목탑이자, 탑 중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내부 벽에 부처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그린 팔상도가 있다. 창건 당시 처음 지어졌고 혜공왕 12년(776년)에 진표율사가 중창했으나 정유재란 당시 불타고 조선 인조 2년(1624년)에 복원한 것을 1968년 해체 수리했다.



팔상전과 대웅보전 사이의 쌍사자석등(국보 5호)은 신라 성덕왕(720년)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마리의 사자가 가슴을 맞대고 마주 서서 뒷발로 복련석(연꽃을 뒤집어 놓은 모양)을 딛고 앞발로 앙련석(연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있는 모양)을 받치고 있다. 통일신라 석등은 주로 8각 기둥을 사용하는데 두 마리의 사자가 이를 대신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시도라는 평이다.



같은 시기에 제작된 대웅보전 바로 앞의 사천왕석등(보물 제15호)은 석등의 정형인 8각 기둥 형태다. 불을 밝히는 화사석의 8면 중 4면은 창을 내고 4면에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상을 새겼다.

이층으로 된 대웅보전(보물 제915호)은 무량사 극락전, 화엄사 각황전과 함께 국내 3대 불전으로 꼽힌다. 팔상전과 함께 인조 2년에 다시 지으면서 소조삼불좌상(보물 제1360호)을 조성했다. 앉은키가 5m가 넘는 법신(法身) 비로자나불을 가운데 두고 왼쪽이 보신(報身)인 노사나불(아미타불), 오른쪽이 화신(化身)인 석가모니불이다.



6m 높이의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조각된 마애여래의좌상(보물 제216호)은 연꽃 위에 걸터앉아 연꽃잎 위에 발을 올려놓은 보기 드문 모습이다. 불상의 오른쪽에는 의신조사가 불경을 실어오는 모습, 진표율사 앞에 우는 소 등 창건 설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암각화가 남아 있다.

돌로 만든 연못인 석련지(국보 제64호)와 신도 3만 명이 먹을 장국을 끓이고 임진왜란 당시 승병이 이용했다는 직경 2.87m의 철솥(보물 제1413호), 향로를 머리에 이고 있는 희견보살상(보물 1417호) 등 눈 닿는 곳마다 보물이다.



◇ 훼손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은 문화재

'문화재 창고'인 이곳에서 마음이 오래 머문 곳은 따로 있다. 성낙원 문화관광해설사가 안내한 마당 한쪽 구석에는 기단석 등 원형이 훼손된 유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사찰과 주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했다. 일본 강점기 수많은 유물이 도난당했고, 미처 가져가지 못한 것들은 훼손해 놓았다고 성 해설사는 설명했다.

쌍사자석등은 사자 꼬리가 잘려나갔고 시커멓게 그을리거나 대충 땜질이 된 흔적이 남았고, 희견보살상의 얼굴 부분은 심각하게 파손돼 있으며, 우아한 석련지 상부 난간석도 일부만 남았다.

사찰의 상징이지만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철당간도 남아있는데, 깃대 역할을 하는 당간을 받치는 지주만 고려 시대의 것이다. 당간은 찰

(刹)이라고도 하는데, 절을 사찰이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당간, 찰이 있어서다. 고려 시대에는 높이가 16m에 달했으나 국가 재정을 마련한다는 대원군의 명으로 사찰의 금속물을 수거하며 파괴됐다. 순종 때 22m 높이로 복원했고 1972년 보수했다.

마애여래의좌상 인근의 바위에 새겨진 글씨나 현재 이 당간 아래에 남아있는 글씨는 모두 당대의 돈 있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의 이름으로, 귀한 문화재와 자연을 훼손한 것이라고 성 해설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 보리수 아닌 찰피나무 두 그루

조금은 쓸쓸한 사찰의 마당을 멋스럽게 채워주는 것은 대웅보전 앞 보리수 두 그루다. 사실 이 보리수는 부처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보리수가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 찰피나무로 밝혀졌다.

인도의 보리수는 뽕나무과 무화나무속의 활엽수로 열대지방에서만 자라므로 국내에 들여올 수 없었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보리수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똑 닮은 피나무아과 피나무속의 보리자나무나 찰피나무, 염주나무로 불리는 모감주나무 등을 심고 보리수라 부르고 그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 한다. 천왕문 앞에 서 있는 27m 높이의 전나무 두 그루도 든든하다.



◇ 템플스테이(Temple stay) =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사찰 체험 프로그램이다. 일시적으로 급증한 숙박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제는 외국인은 물론 불자가 아닌 내국인들까지 연령과 직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화 체험과 자연 속의 휴식을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참가 인원은 약 200만 명에 달한다. 전국 120개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는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www.templestay.com)에서 예약할 수 있다. 서울 조계사 앞에 있는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홍보관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체험형은 각 사찰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도량·암자 돌아보기, 스님과의 차담, 요가 명상, 108배, 연등·염주 만들기, 문화유적 탐방, 산행이나 산책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단체의 요청에 따라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도 한다. 휴식형은 공양 시간만 지키면 대부분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다. '아생여당'(我生如堂)이라는 템플스테이 브랜드에 맞춰 사찰의 환경과 역량에 따라 특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위로를 주제로 한 아아(我我)는 보은 법주사를 비롯해 김제 금산사와 영동 반야사, 하동 쌍계사에서 운영한다.

건강을 주제로 한 생생(生生)은 동해 삼화사, 양평 용문사, 구례 천은사에서 참여할 수 있다. 비움을 주제로 한 여여(如如)는 해남 미황사와 예산 수덕사에서, 꿈을 주제로 한 당당(堂堂)은 해남 대흥사, 양양 낙산사, 인제 백담사, 용인 법륜사 등에서 운영한다. 템플스테이 참가 비용은 1박에 5만∼7만원선. 수련복과 이불을 제공한다. 세면도구는 따로 준비해야 한다. 사찰이 주로 산에 있고 주변 암자들을 둘러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운동화나 등산화를 준비해야 한다. 산속에서는 기온이 많이 떨어지니 수련복에 겹쳐 입을 옷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 대흥사 = 차의 성지인 만큼 차 문화 체험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딴 여린 찻잎을 덖어 녹차를 만드는 체험을 하려면 4∼5월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운이 좋으면 일지암 누마루나 정자에서 차를 마시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대학원에서 요가를 공부하는 김경숙 템플스테이 팀장이 이끄는 요가 명상이 인기다. 몸이 뻣뻣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리한 동작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행을 다녀온 뒤나 오랜 이동 시간의 피로는 물론, 평소 불편했던 몸의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풀어주면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황토로 지은 템플스테이 숙소는 방마다 깔끔한 욕실 겸 화장실, 에어컨을 갖추고 있어 쾌적하다.

▲ 통도사 = 통도사 템플스테이의 하이라이트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서의 명상과 탑돌이다. 경주 지진 이후 사리탑 보존을 위해 참배 날짜와 시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해가 진 뒤 직접 만든 꽃등을 들고 사리탑을 돌며 기도하고 명상하는 것은 체험형 템플스테이 참가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참가 단체의 요청에 따라 다도 체험, 천연 염색 체험 등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도 한다. 절 입구부터 장관을 이루는 소나무 숲길 산책은 필수 코스다. 템플스테이 숙소가 현재는 설법전 지하에 있는 것이 아쉽지만, 최근 암자들이 있는 산 중턱에 국제템플스테이관을 완공해 하반기부터 이곳으로 옮겨 진행할 예정이다.



▲ 법주사 = 속리산에서 내려와 합쳐지는 물길 사이에 오붓하게 자리한 템플스테이 숙소가 아늑하다. 밤새 나무를 때 방을 데워 더욱 포근하다. 법주사 템플스테이에서는 세조길 산책은 빼놓을 수 없다. 법주사에서 시작해 물길을 따라 세심정까지 이어지는 2.62㎞의 평탄한 산책길로, 속리산 둘레길 탐방객의 절반 이상이 몰리는 인기 코스다. 아침 공양 뒤 이른 아침 산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세조가 스승인 신미대사가 있는 복천암으로 순행 왔던 역사적 사실에서 이름을 따왔다. 세조가 지병인 피부병을 고쳤다는 목욕소가 있다. 수원지에는 멸종위기 1급인 수달과 남생이, 삵, 담비가 산다. 초여름의 숲도 좋지만 단풍철의 화려한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비 그친 후의 운치가 그만이라고 한다.

◇ 기본 사찰 예절

- 스님을 만나면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이는 합장 인사를 한다.

- 법당을 출입할 때는 정문이 아닌 양옆의 문으로 출입한다. 발뒤꿈치를 들고 소리 나지 않게 걸어야 한다.

- 새벽 예불이나 108배 같은 수행 프로그램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절을 하기 부담스럽다면 조용히 앉아 있어도 된다. 산사의 새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새벽 예불이나 건강에 좋은 108배는 종교와 상관없이 체험해 볼 만한 것으로 권하고 있다.

- 사찰은 수행 공간이므로 흡연, 음주, 고성방가는 당연히 금지된다. 너무 화려하거나 노출이 심하지 않은 단정한 차림으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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