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궁중가수' 등극 연광철 "기교보다 문화 이해 우선"

입력 2018-06-21 17:00  

독일 '궁중가수' 등극 연광철 "기교보다 문화 이해 우선"
"한국 오페라 발전에 기여할 부분 있다면 감당할 것"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독일에서 한국인 성악가의 활동과 실력을 인정해 이렇게 큰 타이틀을 준다고 하니 저 자신도 많이 놀랐습니다."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캄머쟁어(Kammersaenger·궁정가수)' 호칭을 부여받은 베이스 연광철(53)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현지시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으로부터 캄머쟁어 호칭을 받는다. 그가 플라시도 도밍고, 안나 네트렙코 등과 함께 출연 중인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무대가 끝난 뒤 캄머쟁어 칭호 수여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캄머쟁어는 최고의 성악가에게 공식 부여되는 장인 칭호다. 왕정 시대 때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에게 왕이 수여하며 시작된 칭호로, 오늘날까지도 독일어권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에게 가장 영예로운 타이틀로 꼽힌다.
그는 선정 이유에 대한 질문에 "공연 횟수가 많다거나 유명하다고 주는 상이 아닌데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1993년 파리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20년 넘게 세계 최정상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한다.
특히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추천으로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로 꼽히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1996년 데뷔한 이후 현재까지 바그너 전문 가수로 명성을 떨친다. 동양인에게 거의 주어지지 않는 바그너 '파르지팔'의 주역 '구르네만츠' 역 등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는 "작은 키와 유럽인들과 다른 생김새 등은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었겠지만, 그 때문에 더더욱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했다"고 설명했다.
충주 외딴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연광철은 공고와 청주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했다. 불가리아 소피아 음대,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유학한 뒤 20년 넘게 혼자 맨몸으로 부딪히며 정상급 성악가로 우뚝 섰다.
그는 어떤 역을 맡게 되면 악보는 물론 이야기의 문화적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철저한 연구에 매달린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까지 살릴 정도로 정확한 독일어 발음을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공연되는 '맥베스'를 예로 든다면 베르디의 악보가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원작부터 읽어보는 식입니다. 춘향전을 오페라로 공연한다고 생각해보면 더 쉽죠. 당시 사회상과 문화를 알지 못한 채 춘향전을 부르는 건 단순히 음표 안의 춘향 캐릭터에서 그치기 쉬워요. 소리나 테크닉보다 문화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노력 때문에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덩치는 작지만 거인처럼 노래한다'는 평을 받는다.
세계 최정상 베이스로 활약 중인 그지만 "한해에 1~2개 작품은 새로운 역할을 맡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오페라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서울대 음대 교수에 임용돼 화제를 모았으나 무대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그만뒀다.
"지금은 무대 위에서 더 좋은 노래를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 오페라를 위해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젠가 기꺼이 감당할 계획입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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