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 난민 문제로 또 설전

입력 2018-06-22 17:41  

프랑스-이탈리아, 난민 문제로 또 설전
마크롱 "유럽에 포퓰리즘병 번져"…디 마이오·살비니 "위선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국제 구호단체의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의 이탈리아 입항 거부를 둘러싸고 한 차례 설전을 벌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탈리아 새 정부 실세들이 다시 한 번 맞붙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최근 유럽이 난민 문제로 분열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다시 발호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나라들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 유럽을 증오하는 포퓰리즘이 '한센병'처럼 번지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탈리아의 부총리 2명이 나란히 반격을 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서양 연안 브르타뉴 지방의 캥페르에서 이같이 연설하고 "그들(포퓰리즘 세력)은 항상 최악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여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들은 선동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탈리아를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발언은 지난 1일 출범 이래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며 유럽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을 합작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와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공격에 즉각 반발했다.
'이탈리아 우선'을 부르짖고 있는 디 마이오와 살비니는 내각에서 각각 노동산업부 장관 겸 부총리, 내무장관 겸 부총리를 맡고 있다.


디 마이오 장관은 "진정한 질병은 난민들을 (이탈리아-프랑스 접경도시인)벤티밀리아로 강제로 돌려보내면서 난민의 공평한 분산을 요청하는 우리의 권리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는 누군가의 위선"이라고 말하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살비니 장관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을 '수다쟁이'라고 폄하하며 "프랑스 대통령이 말을 하는 동안, 나는 지중해의 불법 난민 밀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말로만 그치는 사람과 행동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이탈리아 내각에서 반(反) EU 성향이 가장 강한 인물로 꼽히는 파올로 사보나 유럽연합(EU) 관계장관도 마크롱 대통령 공격에 가세했다.
그는 "거만하고, 경멸적으로 '오성운동'과 '동맹'을 '포퓰리스트'로 낙인찍는 자들은 이탈리아와 유럽 정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성운동'과 '동맹'의 집권은 대중의 저항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표출된 결과"라며 "특정한 글로벌 엘리트 세력이 이에 명예훼손으로 반응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우리는 이탈리아와 EU의 합리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NGO)의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가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의 입항 거부로 난민 629명을 태운 채 지중해를 떠돌다 결국 스페인으로 향하게 되자, 이탈리아를 "무책임하고, 냉소적"이라고 몰아붙여 이탈리아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난민구조선의 입항 거부 결정을 내린 당사자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이에 "(난민에 대한)연대, 인간성, 환영의 정신 등과 관련해서라면 이탈리아는 누구로부터, 어떤 것도 배울 것이 없다. 프랑스 정부의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우리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해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를 초치하고, 마크롱 대통령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사이의 지난 15일 정상회담 취소를 한때 고려하는 등 이 문제는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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