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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니네'…블루베리 농장으로 변한 울산법원 옥상

입력 2018-06-24 07:33  

'장난 아니네'…블루베리 농장으로 변한 울산법원 옥상
법원 직원이 400여 그루 4년째 키워…판매 수익금은 '기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시 남구 옥동의 고지대에 자리 잡은 울산지방법원.
법원 정문에 서서 청사를 올려다보면 2014년 준공된 판상형의 대형건물이 깔끔한 인상과 함께 위엄을 풍긴다. 그러나 온갖 사연과 뾰족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곳인지라 정체 모를 삭막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법원 청사에는 의외의 넉넉함을 품은 '비밀의 공간'이 있다.
12층짜리 건물의 7층에 설치된 옥상 공간에서 블루베리가 재배되는 것이다.
처음 소식을 접한 취재진은 '옥상 구석에서 나무 몇 그루 키우나 보다'라는 생각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경솔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옥상에 가득 들어선 블루베리 나무를 보면서 든 생각은 '장난 아니네'였다.
물론 옥상 공간인지라 바닥에 흙이 깔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형 화분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블루베리 나무는 무려 400여 그루에 달한다고 했다. '농장'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실제 면적을 물어보니 580㎡(175평)에 달했다.



'ㄱ'자 형태의 옥상 공간에는 빽빽하게 블루베리 나무가 들어찼다. 한쪽 끝에서 보면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농장은 길었다.
공중에는 새들의 습격을 막기 위한 그물이 설치됐고, 바닥에는 물을 공급하기 위한 농업용 호스가 거미줄처럼 깔렸다. 구석에는 각종 재배 기구와 비료로 사용되는 낙엽 포대가 보관된 창고도 있었다.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여느 농촌의 하우스 풍경이었다. 탁 트인 하늘 아래 블루베리 나무에 둘러싸여 있으면, 그곳이 법원 옥상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이 농장을 가꾸는 사람은 법원 직원(6급)인 조우형(48)씨.
조씨는 새벽이나 저녁, 야간 당직을 선 날에는 주간에 옥상을 찾아 블루베리를 재배한다. 물을 주고, 벌레를 잡고, 가지를 치는 일에 하루 2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그는 2011년 집에서 블루베리 나무 2그루를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수퍼푸드'로 주목받던 블루베리가 시력에 좋다는 정보를 접하고 아이들을 위해 묘목을 샀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시들시들한 나무를 일조량이 많은 법원 옥상으로 옮겼더니 무럭무럭 컸다고 했다.
묘목을 더 사고 꺾꽂이(삽목)를 해 나무를 늘렸지만, 옛 법원 청사는 공간이 좁아 채 100그루도 안 됐다.
2014년 새 청사로 옮기면서 판이 커졌다. 화분 수를 4배 이상 늘렸다. 그래도 나무가 어려서 수확량은 많지 않았다. 2016년까지는 열매가 열리면 직원들과 나눠 먹었다.



그러나 나무들이 덩치를 키우고 수확량도 급증함에 따라 작년에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5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열매가 열리면 농장을 직원들에게 개방했다. 누구나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신 종이컵 1컵(100g가량) 분량당 2천원을 계좌로 부쳐달라고 했다. 이른바 '양심 판매' 방식이다.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농장을 방문해 나무를 구경하고, 열매를 따서 사무실로 가져갔다. 당연히 기분 좋게 값을 치렀다.
그렇게 모인 돈은 80만원이 넘었고, 조씨는 이 돈을 지난해 법원 자선바자 행사 때 기부했다.
올해도 현재 블루베리 양심 판매가 한창 진행 중이고, 역시 수익금은 기부될 예정이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법원 옥상에서, 블루베리 농장이 가꿔진다는 소식은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을 통해 공개됐다.
최 법원장은 조씨가 사무실로 가져다준 블루베리 나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수확해서 팔아야 하므로 판촉의 뜻으로 준 것 같다'는 엄살 섞인 자랑을 했다.
이 게시물이 지인들에게 알려지면서 감춰졌던 '비밀의 농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조씨는 재배에 필요한 부자재를 사비로 마련하고, 적잖은 시간까지 투자하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손해까지 보면서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여가에 운동하거나 개인 공부를 하는 것과 똑같이 나에게는 이 일이 스스로 재미를 찾고 수양도 쌓는 취미이자 자기 계발이다"라면서 "때로 힘들기도 하지만, 직원들에게서 '마트에서 사서 먹는 블루베리보다 더 맛있고 싸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도 크다"고 24일 밝혔다.
hk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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