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이 만든 태항아리는 어쩌다 뿔뿔이 흩어졌나

입력 2018-06-26 15:53   수정 2018-06-27 16:46

조선왕실이 만든 태항아리는 어쩌다 뿔뿔이 흩어졌나
일제강점기 이후 교란 가능성…"체계적 조사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왕실은 왕후나 후궁이 출산하면 태아를 둘러싼 조직인 태(胎)를 항아리에 넣어 길한 방향에 보관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난 지 사흘째 되는 날에 물과 술인 향온주로 태를 세척했다. 항아리 바닥에 옛 중국 동전 한 개를 놓고 태를 넣은 뒤 기름종이와 남색 명주로 입구를 덮고 붉은색 끈으로 묶어 봉했다.
이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임연구원은 조선이 소중하게 태를 봉안한 데 대해 "태반은 산모의 분비물이라기보다 아기의 일부분으로 간주됐다"며 "태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아기의 처음을 소중히 여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를 보관한 태항아리는 길한 날을 정해 좋은 장소에 묻었다. 태실(胎室) 조성지는 높고 정결한 곳이 길지로 인식됐다. 태를 안장하고 석물을 세운 다음 태 주인공이 왕위에 오르면 석물과 비석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태항아리와 태실은 조선왕실의 안녕과 번창을 기원하는 상징물이었다. 하지만 국립고궁박물관이 한중연 장서각과 함께 27일부터 여는 특별전 '조선왕실 아기씨의 탄생'에 나온 태항아리를 보면 소장처가 제각각이다.
조선왕실 태항아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은 고궁박물관이다.
조선총독부는 전국에 산재한 조선왕실 태실 54기를 파내 경기도 고양 서삼릉에다가 옮겨 묻었다. 1996년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들 태항아리를 발굴했다. 현재 고궁박물관 소장 태항아리는 이 서삼릉에서 발굴한 것들이다. 단종, 연산군, 광해군, 인조, 효종, 현종, 철종, 고종을 제외한 다른 왕의 태항아리는 모두 고궁박물관에 있다.
고궁박물관은 서삼릉 출토품 외에 창덕궁에서 넘겨받은 태항아리 10여 점도 소장한다. 태 주인공의 신상 정보를 기록한 태지석(胎誌石)이 없어 주인을 파악할 수 없는 태항아리는 창경궁에 설립된 이왕가박물관에 있다가 창덕궁 창고를 거쳐 고궁박물관에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태항아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물론 대학박물관과 사립 박물관에도 있다. 유일한 국보 태항아리인 15세기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는 고려대 박물관 소장품이고, 호림박물관은 보물로 지정된 백자 태항아리 두 점을 보유한다. 국보 태항아리는 1970년 고려대 구내 건축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됐다.
이처럼 태항아리가 여러 기관에 분산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혼란기를 거치면서 유물이 교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장진아 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태항아리는 1990년대 서삼릉 발굴 전까지 학술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주인을 모르는 태항아리가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태항아리 주인을 찾는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고궁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일제강점기에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을 검색해 성종(1457∼1494) 태실에 있던 외항아리와 별도로 제작한 뚜껑 소재를 찾아냈다.
백은경 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성종 백자 외항아리는 국립민속박물관, 뚜껑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임을 확인했다"며 "백자 외항아리는 창경궁 장서각에서 이관한 유물이고, 뚜껑도 창경궁에 있다가 창덕궁을 거쳐 1981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사는 "유리건판 사진에 있는 일부 태항아리 중 서삼릉에 묻히지 않은 유물은 대부분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재를 모르는 태항아리에 대해 더욱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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