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이스라엘·미국 압력에 '나치 부역 부정법' 후퇴

입력 2018-06-28 11:16   수정 2018-06-28 17:56

폴란드, 이스라엘·미국 압력에 '나치 부역 부정법' 후퇴

'홀로코스트에 폴란드도 책임·가담 표현때 징역형' 처벌조항 삭제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폴란드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자국이 관여했다고 비난하면 누구라도 감옥에 보내려던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주요 동맹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폴란드가 27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폴란드인의 책임을 묻는 표현을 규제하는 '홀로코스트 법'을 개정했다고 AP 통신과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법은 지난 2월 제정됐지만 역사적 진실을 외면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요청으로 홀로코스트 법을 심리하면서 사실상 시행이 보류돼 왔다.
문제의 조항은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한 뒤 강제수용소를 설치하고 유대인을 학살한 것과 관련, 폴란드도 책임이 있다거나 가담했다는 비난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어기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벌금이나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폴란드는 이런 처벌 규정 가운데 징역형을 삭제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를 '작은 개정'이라고 표현하며 지난 몇 개월이 홀로코스트 문제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폴란드가 홀로코스트 법을 만들었을 때 이스라엘과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폴란드가 2차 대전 때 나치와 싸웠지만 폴란드와 폴란드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에 관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홀로코스트 법이 학문의 자유를 위협한다며 폴란드와의 전략적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폴란드의 안보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는 사법개혁을 놓고 갈등을 빚는 폴란드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까지 더해져 국제적 고립의 심화가 우려되자 홀로코스트 법을 고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법 개정은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개정안 의회 제출과 상·하원의 의결, 두다 대통령의 서명 등 하루 만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법 개정을 환영한다며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함께 서로를 배려하는 입장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해외 언론과 국제사회에서 나치가 운영한 강제수용소를 '폴란드의 죽음의 캠프'로 언급하는 것에 대한 폴란드의 불만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나치 범죄에 폴란드가 책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한다는 소신을 감추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법은 징역형을 배제했지만 소송과 벌금 부과의 길은 계속 열어놨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 법을 위반하는 외국 언론에 1억 달러(1천121억 원) 혹은 유로를 물릴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