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우먼파워] ②경력단절 워킹맘, 울트라코리아를 성공시키다

입력 2018-07-09 06:00  

[음악계 우먼파워] ②경력단절 워킹맘, 울트라코리아를 성공시키다
'흥행 대박' 일렉트로닉 음악 축제…7년간 81만 관객 동원
UC코리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본부 유진선 본부장 인터뷰

[※ 편집자 주 = 세계 음악시장에서 K팝의 위상은 크게 변화했습니다.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나아가는 단계로, 그 과정에는 스태프부터 경영진에 이르는 많은 여성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음악시장의 '큰손'인 여성 팬덤의 마음을 잘 아는 건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연합뉴스는 음악·공연계에서 우먼 파워를 가감 없이 발휘하는 리더들을 만나 음악 한류를 이끄는 노하우를 세 번에 걸쳐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일렉트로닉뮤직의 인기를 타고 각종 축제가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지만 단연 1인자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이다.
1999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올해 6개 대륙 21개국에서 개최될 만큼 성장했다. 이 가운데 울트라코리아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울트라코리아가 처음부터 흥행에 성공한 건 아니었다. 2012년 제1회 때만 해도 이틀간 관객이 5만명에 그쳤다. '전자음악은 클럽에서 춤출 때나 듣는 배경음악 아니냐'는 인식이 많았다.
울트라코리아를 주관하는 UC코리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본부 유진선(41) 본부장은 "2013년 체인스모커스의 풀파티 무대 앞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저 혼자 있었다. 히트곡 '셀피'(Selfie)는 유명했지만, 정작 그걸 만든 게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체인스모커스는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만 열어도 1만석은 거뜬히 채우는 유명 일렉트로닉 듀오다.
이제는 위상이 달라졌다. 지난달 열린 제7회 울트라 코리아에 사흘간 18만명이 몰렸다. 제드, 체인스모커스, 악스웰·인그로소, 데이비드 게타, 어보브 앤 비욘드, 갈란티스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7년간 누적 관객은 81만명에 이른다.
이 축제의 산파 역할을 한 유진선 본부장을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유 본부장은 미추홀예술진흥회, 파라다이스미디어아트, 뉴벤처엔터테인먼트를 거쳐 울트라코리아의 홍보 전반을 맡아왔다. 그와 공연업계에 입문한 과정, 워킹맘으로서 고충, 공연 업황 전반을 1시간에 걸쳐 이야기했다.

-- 울트라코리아를 한국에 들여온 이유가 무엇인가요.
▲ '우리나라에 없던 문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출발점이었어요. 10여 년 전 국내에선 멜로디가 강한 대중음악이 주류였지만, 외국에선 비트가 강한 전자음악이 이미 인기였어요. DJ 티에스토(Tiesto)는 2004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 무대까지 섰는걸요. 또 각종 록 페스티벌 문화가 이미 있었지만, '성인 놀이문화'로 발전은 덜 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일렉트로닉 뮤직과 건전한 성인문화를 결합한 축제를 한국에서도 발전시켜보자 싶었죠.
-- 사흘간 축제를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나요.
▲ 거의 1년을 잡아야 해요. 울트라코리아는 매년 6월 둘째 주에 이듬해 축제의 예매를 시작하거든요. 라인업을 짜고, 광고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홍보, 관련 굿즈(상품)를 기획하다 보면 1년이 금방 갑니다. 마케팅 노하우를 구하려고 유명 외국계 회사 본사의 대표번호로 무작정 전화해 만나달라고 사정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 울트라코리아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나요.
▲ 10개월 동안 얼리버드(Early Bird), 어드밴스(Advance) 등 4∼5단계에 걸쳐 티켓을 판매하는 데요. 올해 토요일 공연은 한 달 전에 모든 단계가 매진돼 참 기뻤습니다. 특히 해마다 전체 관객의 20∼30%는 외국인인데, 수많은 외국인 손님이 자발적으로 온다는 자부심 또한 일하면서 무척 기쁘게 여기는 것 중 하나입니다.
-- 공연업계에 입문한 계기가 있나요.
▲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 또래들 사이에선 뉴키즈온더블록이 인기였는데, 전 클래식을 더 많이 들었죠. 어느 날 좋은 클래식 곡을 골라 '유진선 1집'이라고 편집 테이프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는데, 신기하게도 반응이 정말 좋은 거예요. 중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음악을 알릴 수 있구나 깨달았죠. 그게 '나는 음악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돼야겠다' 결심한 계기였어요. 독일 클래식을 좋아하다 보니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고, 4학년이던 2000년에 망설임 없이 클래식 기획사에 취직했죠.
--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보니 어땠나요.
▲ 정말 재미있었어요. 2000년대 초반에 이메일 마케팅이 생겼는데요. 지금처럼 스팸 메일이 많지 않던 때라 공연 안내메일만 보내도 티켓 판매율이 60∼70%는 올라갔어요. 이론적으로도 예술경영을 배워보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세상에, 공부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 난생처음이더라고요. 대학원에서 지금의 남편도 만나 결혼했죠.



-- 외근이 많은 업무 특성상 가정과 병행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 실은 15년 전쯤 유산을 했어요. 임신 두 달째였죠. 페스티벌 현장에선 남녀 불문 몸 쓸 일이 많아요. 무거운 음악 장비를 옮기거나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거든요. 그때 참 많이 힘들었어요. 아마 제 또래 일하는 엄마 중엔 비슷한 경험한 분이 많으실 거예요. 다행히 다시 아이를 가졌고, 집안 사정상 3년쯤 일을 쉬었죠. 요즘 말로 '경력단절'이네요.
--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두 힘들었을 것 같아요.
▲ 참 많이 울었어요. 20대 때는 상사들에게 일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아이를 낳고 집에만 있으니 위축됐죠. 주변에서 누구도 일하라고 압박하지 않는데도 혼자 괜히 조급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08년 옛 업계 분께서 뉴벤처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고민이 많았죠. 3년이나 현업을 떠나 있었는데 잘할 수 있을까 겁도 났고요. 그때 아이 친구의 엄마가 '아기 봐줄 테니 한 달만 일해봐, 놓치면 나중에 후회해'라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지금까지 왔습니다.
-- 경력단절 후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이어왔는데, 고비는 없었나요.
▲ 왜 없었겠어요. 아이가 유치원 때 하루는 '엄마, 해가 지면 너무 외로워'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아이에게 '엄마는 어려서부터 꿈이 두 개야. 하나는 너처럼 예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좋은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거야. 하지만 네가 싫다면 엄마가 일을 그만둘게'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아이가 '그럼 내가 엄마 꿈을 포기하게 하는 거잖아'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라고요. 이후로 아이와 보내는 절대 시간을 늘렸어요. 만약 월화수목금 다 야근해야 하면 수요일엔 아이를 회사에 데리고 와 있었죠. 이후로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졌고, 회사에서도 여성 사원들에게 배려가 많아졌어요.
-- 페스티벌 업계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주세요.
▲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해야 버틸 수 있어요. 이 음악을 수만 명에게 알리고 싶다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죠.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피드백도 빨리 옵니다. 당일 꽉 찬 공연장을 보면 성취감이 들죠. 요즘은 외국어 능력도 중요합니다. 해외 아티스트, 해외 팬들과 소통하는 게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콘텐츠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유연한 사고도 필요하지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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