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난개발?…'환경훼손' vs '지역개발' 찬반 입장 팽팽

입력 2018-07-06 14:43  

태양광 난개발?…'환경훼손' vs '지역개발' 찬반 입장 팽팽
발전시설 주변 산사태 잇따라…7년만에 발전시설 면적 47배 증가
산림청 "연말까지 피해·부작용 최소화 대책 마련"



(전국종합=연합뉴스)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던 지난 3일 오전 2시께 경북 청도군 매전면 58번 국도변에 대형 산사태가 났다.
전날부터 내린 비로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면서 200t 안팎의 흙과 모래가 도로와 주변 과수원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흘러내린 토사를 치우는 동안 통행이 통제됐다.
사고가 난 곳에서는 올해 11월 준공을 목표로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산사태로 설치했던 태양광 패널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전체 2.8㏊ 발전시설 면적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피해를 봤다.
지난달 30일에는 나흘간 3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전북 남원시 보절면 논 2.3㏊가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뒤덮였다.
모내기를 마친지 채 보름이 되지 않은 논이 토사에 묻히면서 어린 벼 대부분이 피해를 봤다.
피해 농민은 2016년 농지 인근 산을 매입한 업자가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나무를 뽑아내고 터 닦기를 하는 바람에 논 배수로까지 토사가 떠밀려 왔다고 주장했다.
또 5월에는 경기도 연천군의 태양광 발전시설과 강원도 철원군의 태양광 시설 공사장에서도 봄비에 산사태가 나는 등 태양광 발전시설 주변 산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도심 건물 옥상 등에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태양광 발전시설이 산림을 훼손하고 만들어야 해서 발전시설과 산사태 위험지역은 비례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후죽순' 태양광 발전시설…10년도 안 돼 47배 증가
2010년 이후 산지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 면적이 무려 2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지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면적은 2010년 30㏊였지만 2014년 175㏊, 2016년 528㏊로 늘어났다. 작년 연말 기준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면적은 1천434㏊로 급증해 2010년과 비교하면 47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지역별 태양광 발전시설 면적비율은 경북과 전남이 22%로 가장 넓고, 강원 15%, 충남 13%, 전북 11%, 기타 17% 순이다.
산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계속 들어서는 것은 산지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 넓은 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산림청은 보고 있다. 발전시설 허가기준이 완화된 것도 시설 증가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태양광 설치허가를 얻으면 지목이 변경되고 대체산림조성 부담금도 면제된다.
이 때문에 태양광 업자들은 전국 곳곳에 광고판과 현수막을 내걸고 개발 이후 지가상승, 안정적 노후생활 보장 등을 내세우며 태양광 사업 동참을 유도해 투기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 "환경·경관 훼손" vs "지역 발전"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가 이어지면서 태양광 발전을 놓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환경 파괴와 경관 훼손을 막기 위해 더는 태양광 시설 설치를 막아야 한다는 반대 입장과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땅값이 오르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찬성 입장이 팽팽하다.
최근 전북 남원시 혼불 문학관 인근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를 두고 지역 주민들이 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주민들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지반이 약해져 장마철 농작물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시설 불허를 시에 촉구했다.
호남평야가 자리 잡은 곡창지대인 정읍시와 김제시에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반대하는 주민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지난해 충북 괴산군 청천면 대티리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소 건립 터가 농경지가 많은 마을 뒷산에 있어 집중 호우시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전자파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우려된다"며 농기계로 공사현장 입구를 막아서며 반발했다.
비슷한 시기에 괴산군 장연면 장암리에서도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난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며 찬성 쪽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발전시설 건설에 따른 경관 훼손 지적은 산지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도 화성시에는 축구장 11배 크기인 세계 최대 규모 수상회전식 태양광발전소 2곳이 들어섰다. 또 2025년까지 경기도내 저수지 70곳에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주민들은 경관 훼손, 전자파 발생, 태양광 패널 빛 반사에 의한 눈부심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수지 수면 면적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안성시 원곡면 반제저수지 주변에는 태양광 시설 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반대 주장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찬성하는 목소리도 상당수 있다.
괴산군 장연면 장암리 신대마을 일부 주민들은 "주민 공동 소유지인 마을 뒷산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으로 주민 소득을 높일 수 있고 태양광 시설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농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찬성했다.
경북지역 한 주민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용도 변경을 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발전시설에서 생산한 전기를 팔다가 이후에 땅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발전시설 건립에 반대할 산주들은 많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 '태양광 난개발 막아라'…산림청·지자체 대책 마련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 훼손 우려 지적에 지방자치단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사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은 지난해 5월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며 민간 사업자의 태양광 설치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당시 한 민간사업 시행사는 강화군 서도면 주문도리 앞장술 해안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노면 정리 공사를 하다가 중단했다. 인천시에 사업용 전기설비 공사 계획을 신고했지만 강화군으로부터 개발 행위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화군은 태양광 시설물은 20∼30년간 유지되는 대규모 시설이어서 자연 훼손이나 주민 재산권 침해 등을 고려해 개발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전기 사업 허가를 받았어도 관할 지자체의 개발 행위 허가를 받아야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법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봉화군과 울진군, 의성군도 2016년부터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범위 안에서 구체적인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만들었다.
자치단체별 상황에 따라 '도로 등 경계에서 발전시설까지 거리' 등 일부 수치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500여개에 달하는 태양광발전소가 설치·운영될 예정인 강원도 철원에서는 지난 4월 관련 조례를 정비해 허가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춘천시는 최근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기준을 강화했다. 시는 태양광 발전시설 개발행위 허가기준 신설을 골자로 한 '시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마련해 지난달 30일 시행에 들어갔다.
산림청도 태양광 난개발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없애고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태양광 설치에 따른 각종 문제점과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현행 산지전용허가 제도를 일시사용허가 제도로 전환하는 등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최병암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지역 주민과 상생하고 산지 경관 훼손, 부동산 투기, 토사유출 피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의주 최은지 정경재 우영식 손상원 김광호 이상학 이강일 기자)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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