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과서 11일 선수촌 건물 7동·운동장 등록 논의
문화재계·체육계 대립한 사안, 접점 나올지 관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한체육회가 2015년 7월 신청했으나 3년간 결론이 나지 않은 태릉선수촌 건물 7동과 운동장에 대한 문화재 등록 논의가 재개된다.
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사적분과, 세계유산분과로 구성된 합동분과는 2016년 3월 보류한 태릉선수촌 문화재 등록 안건을 11일 심의한다.
새로운 국가대표 훈련 시설인 진천선수촌이 지난해 문을 열면서 태릉선수촌 시대가 막을 내렸고,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도 끝나면서 다시 문화재위원회 안건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태릉선수촌 문화재 등록은 선수촌이 한국 엘리트 체육의 요람인 만큼 주요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체육계와 2009년 조선왕릉을 세계유산에 등재할 때 유네스코에 약속한 태릉 복원을 이행해야 한다는 문화재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태릉선수촌 위치에 기인한다. 선수촌은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 계비 문정왕후가 묻힌 태릉(泰陵)과 문정왕후 아들인 명종과 인순왕후가 잠든 강릉(康陵) 사이에 1966년 설립됐다.
문정왕후는 본래 남편 무덤인 강남구 정릉(靖陵)에 묻히고자 했으나, 명종이 태릉에 어머니를 모셨다. 이후 자신도 태릉에서 북동쪽으로 950m 떨어진 강릉에 잠들었다.
이처럼 모자(母子)의 특별한 사연이 담긴 태릉과 강릉 중간에는 국제스케이트장이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 실내빙상장, 다목적체육관, 축구장 등이 옹기종기 세워졌다. 태릉선수촌으로 인해 강릉은 2013년까지 일반인이 관람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용역 결과로 2015년 발간한 '세계유산 조선왕릉 보존·관리·활용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에서 "태릉과 강릉 중심 지역에 입지한 시설은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보존적 가치를 고려해 철거와 원형 복원이 원칙"이라며 "일부 중점관리 구역에서 벗어난 시설에 한해 체육사적 가치를 생각해 (문화재 등록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가 등록문화재로 신청한 건물은 챔피언하우스, 승리관, 월계관, 개선관, 올림픽의집, 영광의집, 행정동과 운동장이다. 등록문화재는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 각 분야에서 기념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이 대상이다.
지도를 보면 이 건물들은 한데 모여 있다. 선수촌 건물 중 국제스케이팅장과 실내빙상장을 비롯해 다목적체육관, 오륜관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관건은 체육계와 문화재계가 모두 수용할 만한 접점을 찾는 데 있다. 대한체육회 문화재자문위원회는 8건을 모두 문화재로 등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알려졌고, 세계유산 전문가들도 현실적으로 태릉선수촌 완전 철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태릉선수촌 문화재 등록과 태릉·강릉 복원을 문제를 두고 문화재위원들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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