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향 감도는 유적지서 '굳어가는 시간'을 발견하다

입력 2018-07-08 15:42   수정 2018-07-08 17:18

비누향 감도는 유적지서 '굳어가는 시간'을 발견하다
비누 조각가 신미경 개인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잿빛 아치문과 살굿빛 돌기둥, 불투명한 벽돌 사이로 고대 조각상의 파편인가 싶은 것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옛 유적지처럼 꾸며놓은 이곳은 조각가 신미경 신작 '폐허 풍경'이다.
신미경은 지난 20여 년간 비누라는 이색 재료로 고대 유물들을 빚어왔다. 이들을 전시장 화장실이나 야외에 설치, 비누칠이나 비·바람 때문에 닳아 없어지도록 함으로써 비누로 '번역'하고 '재현'하는 일의 불완전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 개인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은 그간의 작업을 망라하면서 신작과 미발표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에는 시간성을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제 오브제들은 문명에서 파생된 유물(을 본뜬 것)인데, 유물은 처음부터 유물이었던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경로에 따라 유물이 된 것이잖아요. 남아있는 것과 사라진 것의 경계가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이러한 남아있는 것(유물)을 보면서 사라진 것을 상상하니깐요."
작가는 "이는 일종의 시간 여행이며 시간의 고체화"라면서 "시간이 액체처럼 흐르는 것인데 솔리드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폐허 풍경'은 문명, 시간성, 장소성, 유물 같은 개념을 한데 아울러 선보이는 작업이다. 비누 벽돌로 쌓아올린 옛 문명의 흔적은 조각과 건축의 경계에 대한 탐색을 보여주기도 한다.
2층에 전시된 '화석화된 시간' 연작은 초기작 중 여러 결함으로 전시장에 내놓지 않았던 도자 캐스팅 200여 점을 되살린 것들이다. 비누 도자에 순은이나 순동 박을 붙여 마치 부식되거나 산화한 도자처럼 보이게끔 한 점이 흥미롭다.
기존 관객 참여작업인 화장실 프로젝트와 야외 설치작업인 풍화 프로젝트 또한 이번 전시에 나왔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비누 양만 해도 12t에 이른다. 전시는 9월 9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