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광천수 초정약수 '위기'…9년새 탄산 함량 70%↓

입력 2018-07-11 07:17  

세계 3대 광천수 초정약수 '위기'…9년새 탄산 함량 70%↓
ℓ당 함량 2009년 1천122㎎→2018년 382㎎…고갈 우려
취수량 줄이는 방법 외엔 무대책…청주시 폐관정 정비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세계 3대 광천수 중 하나인 청주 초정약수가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약수지만 최근 몇 해 사이 탄산 함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청주시는 상당구 내수읍 초정리 일대 방치된 지하수 폐 관정으로 탄산가스가 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제 조사에 나섰지만 취수량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초정약수는 미국 샤스터, 영국 나폴리나스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힌다. 피부질환이나 욕창 등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고탄산 약수이다.
1530년 완성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초수(초정약수)는 청주의 동쪽 39리에 있으며 그 맛이 후추와 같다. 이 물에 목욕하면 몸의 병이 낫는다. 세종과 세조가 이곳을 다녀가신 적이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도 고탄산에 미네랄이 풍부한 초정약수를 '동양의 신비한 물'로 평가했다.
이 약수의 미네랄 성분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탄산 함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이 따르면 초정약수의 탄산 함량은 낮은 곳이 30㎎/ℓ, 높은 곳이 952㎎/ℓ이다. 평균적으로는 382㎎/ℓ이다.
이 조사는 청주시가 지난 5월 개최한 '세종대왕 초정약수 축제'를 앞둔 지난 3∼4월 이뤄졌다. 취수 관정은 팔각정과 음수대 등 초정리 일대 7개였다.
초정약수 축제 때 "물맛이 예전만 못하다"거나 "일부 관정에서 나온 물은 탄산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심지어 "초정약수가 고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초정약수의 탄산 함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의 2003년 조사 때 이 약수의 탄산 함량은 836∼1천496㎎/ℓ(평균 1천217㎎/ℓ)였다. 2009년 조사 때는 528∼1천698㎎/ℓ(평균 1천122㎎/ℓ)였다.
과거 2차례의 조사 때는 수치의 차이가 다소 있긴 해도 탄산 함량이 꽤 높았다는 게 공통된 특징이었다.
강원·경상 지역에 분포한 국내 유명 약수의 탄산 함량은 2009년 기준 352∼1천663㎎/ℓ(평균 1천48㎎/ℓ)이었는데, 평균 함량만 놓고 보면 초정약수의 탄산 함량이 다른 지역 약수보다 높았다.
초정약수 탄산 함량이 떨어지자 청주시는 비상이 걸렸다.
이 지역에는 89개의 지하수 관정이 개발돼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11개의 관정을 제외한 나머지 78개 관정에서 2015년 기준 하루 475t의 지하수가 취수되고 있다.
다만 몇년간이라도 취수하지 않는다면 탄산 함량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1969년 조사된 초정약수 탄산 함량은 평균 1천312㎎/ℓ이었다.
그 이후 취수량이 꾸준히 늘면서 1998년 500㎎/ℓ 이하로 떨어졌으나 그해 먹는샘물 방사성 물질 검출 사건이 터지면서 취수량이 줄자 2003년 평균 1천217㎎/ℓ로 회복된 적이 있다.
초정 일대를 지하수 보전 구역으로 지정, 취수량을 줄이는 방안이 있지만 목욕탕과 주류·음료 제조회사에 강요하기 어려운 데다가 현지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우려가 커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한 청주시는 폐 관정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폐 관정으로 탄산가스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오염물질이 지하수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청주시는 이를 위한 예산 편성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초정약수의 탄산 함량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탄산 함량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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