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과의 전쟁] ① 벌레 공포로 신음하는 들녘…항만·공원도 '무차별 습격'

입력 2018-07-15 07:01  

[해충과의 전쟁] ① 벌레 공포로 신음하는 들녘…항만·공원도 '무차별 습격'
돌발해충에 농민 시름 깊어져…SFTS·일본뇌염 발생 우려도
작년 9월부터 항만 통해 붉은불개미 6차례 유입, 방제 비상

(전국종합=연합뉴스)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사무소에는 요즈음 등산객들의 민원이 연일 들어오고 있다.

일부 탐방구간의 나무에 점이 찍힌 것처럼 보이는 갈색날개매미충 수백 마리가 붙어있는가 하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통에 질겁한 등산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2010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갈색날개매미충은 농촌과 산간지대는 물론 도심, 국립공원에서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천적이 없어 방제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해충 문제는 비단 무등산만의 일이 아니다.
30도를 훌쩍 웃도는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해충들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논밭에서는 애써 키운 농작물을 버려야 할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들녘에서 일하던 농민들이 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에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강한 독성을 가진 붉은불개미가 주요 항만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고,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 개체 수도 많아졌다.
논밭은 물론 주택, 공원, 항구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해충이 기승을 부리면서 방제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 기후 탓에 발생면적 준다는데…농민 고충은 여전
갈색날개매미충과 꽃매미, 미국선녀벌레는 고운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습격자'들이다. 과수에 큰 해를 입히는 '돌발해충'으로 불린다.

미국선녀벌레는 작물 즙을 빨아 먹으며 그을음병을 유발하고, 갈색날개매미충과 꽃매미는 생육을 저해하거나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수확량이 20∼30% 줄어든다고 한다.
과수농가에서는 초봄에 알집을 제거하지만, 돌발해충이 농경지 인근 신림지역에서 번식하다 보니 방제율은 극히 낮아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돌발해충(성충) 발생면적은 2014년 8천864㏊에서 지난해 3만879㏊로 불과 3년 만에 3.5배로 급증하는 등 피해가 이어져 왔다.
지난 겨울철 불어닥친 혹독한 한파의 영향으로 올해에는 돌발해충 발생이 크게 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월동 면적을 조사하니 갈색날개매미충은 8%, 꽃매미는 1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전남의 올해 갈색날개매미충 발생면적은 지난해 1천344㏊보다 21.6%(290㏊) 적은 1천54㏊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북에서는 발생면적이 지난해 0.8㏊에서 올해 17.5㏊로 늘었고 강원 지역에서는 원주 일부에서만 발생하던 갈색날개매미충이 춘천, 강릉 등 9개 시·군에서 예찰됐다.
농림 당국의 노력에도 방제에는 한계가 있다. 농경지와 산을 오가며 증식하는 돌발해충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묘책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런 이유로 농촌진흥청은 산림청, 환경부 등과 함께 기간을 맞춰 방제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 목숨 위협하는 진드기·뇌염모기
야생진드기가 매개하는 SFTS에 감염돼 투병하던 부산 지역의 80대 환자가 지난 5일 사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충북에서 60대 환자가 이 증상으로 숨진 일이 있다.

SFTS는 야생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38∼40도의 고열과 함께 혈소판·백혈구 감소,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사망률이 30%에 달한다.
지난해 SFTS에 감염된 272명 중 54명이 숨졌고, 올해에도 지난 5월 말 기준 18명이 감염돼 7명이 목숨을 잃었다.
SFTS 감염은 매년 4∼11월 발생하는데 특히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7∼10월에 집중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돗자리를 챙겨 진드기와 접촉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6일에는 일본뇌염 경보가 발령됐다.
일본뇌염 매개 모기를 감시하기 위한 전국 10개 지점의 유문등에서 잡힌 누적 모기 개체 수는 올해 25주차(6월 17∼23일) 기준 1곳당 평균 4천454마리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천575마리보다 73.2% 증가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리더라도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치명적인 급성뇌염으로 번질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매개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집 주변의 웅덩이, 막힌 배수로 등에 고인 물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세계 100대 악성해충 붉은불개미 유입…항만 비상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이 지정한 세계 10대 악성 외래해충이다.

작년 9월 부산항 감만부두 야적장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이달 현재까지 6곳에서 발견됐다.
모두 항구 지역인데, 올해 들어서는 2월 인천항 컨테이너, 5월 부산항 컨테이너, 지난달 평택항 야적장과 부산항 허치슨부두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허치슨부두 야적장의 경우 일개미 3천여 마리, 알 150여 개와 함께 여왕개미가 되기 전의 공주개미 11마리가 발견됐다. 이미 대량 번식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불거지고 있다.
붉은불개미의 독성은 치명적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 현기증과 호흡곤란, 의식장애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당국은 붉은불개미가 발견될 때마다 살충제를 투약하고 개미 유인용 트랩을 설치하며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교역이 이뤄지는 항구를 중심으로 추가 유입 위험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항만업계는 국민의 건강과 환경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컨테이너 내부 실태조사를 하면서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손대성 손상원 심규석 이상학 기자)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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