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1년…혁신·경제민주화 등 과제 산적

입력 2018-07-17 07:05   수정 2018-07-17 07:12

최종구 금융위원장 1년…혁신·경제민주화 등 과제 산적

가계부채·기업구조조정 등 관리자 역할에 후한 평가
재벌 이슈에 부정적 평가 많아…금융개혁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박의래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년 전인 작년 7월19일 취임식에서 '코끼리의 작은 말뚝' 이야기를 꺼냈다.
아주 어린 코끼리의 발 한쪽을 작은 말뚝에 묶어두면 어른이 돼서도 스스로 도망가기를 포기한다는 것. 그는 어린 시절 도망갈 수 없었던 기억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위 직원들에게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한 얘기였다. 과거의 경험에 묶여 성공할 수 없다고 미리 단정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없느냐는 물음이자 앞으로 나갈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최 위원장의 금융개혁에 대해 전문가들이 그리 후한 점수를 주고 있지는 않다. 위험 관리 측면에선 비교적 우수한 평가를 받지만 금융개혁은 아직 실적이라기보다 계획에 머무르고 있고 경제민주화 측면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상당하다.
최 위원장이 가장 후한 평가를 받는 부분은 위험관리다.
우선 최 위원장 재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을 둔화시킨 부분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율은 8.1%다. 이는 2015년 10.9%, 2016년 11.6% 등 급속도로 불어나던 가계부채를 다소나마 진정시킨 것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불길이 치솟았던 가상통화(암호화폐·가상화폐) 문제 역시 최 위원장이 이끄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처방전이 효력을 발휘했다.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등 강경론이 득세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을 통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로 부풀어 오른 풍선의 바람을 빼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한국 가상통화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서서히 사라졌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등 구조조정 이슈에 대해선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추가 지원은 없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관철시켰다. 한국GM에는 7억5천달러를 투입하는 대가로 직·간접적 일자리 15만6천개를 지켰다.
이건희 차명계좌 등 재벌 이슈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해 차등과세뿐 아니라 과징금도 부과해야 한다고 하자 이를 사실상 거부했지만 법제처 유권해석을 받아 결국 과징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현행법 해석상 과징금 부과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천명했다가 입장을 뒤집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삼성생명[032830]의 삼성전자[005930] 지분 매각 등 재벌 이슈에서도 앞서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 위원장이 지난 4월 간부회의를 통해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팔라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자발적으로 나서기보다 등 떼밀린 격이란 분석이 많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통합금융그룹 감독 등 이슈는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 중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등 이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개혁에 너무나 방어적 태도였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 본인이 취임사에서 "당국이 가장 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꼽았던 '포용적 금융' 이슈에 대해선 좀 더 분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고금리 인하나 장기소액연체자 재기 등 문제에서 성과를 냈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파급 효과에 하위 계층의 소득 감소로 저소득층의 금융 여건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좀 더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보내는 '생산적 금융'은 한 일보다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 코스닥시장이나 동산금융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로 연결됐다고 하기엔 이르다.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돼 사실상 '전당포 금융'이란 말까지 듣는 한국의 금융 산업 구조도 여전하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규제 완화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고 핀테크 등 이슈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더 많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최 위원장이 인터넷은행이나 개인신용정보 등 규제 완화를 위해 나름 노력하려고 하는 부분에 점수를 줄 만하지만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B학점 정도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장범식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 위원장이 가계부채나 구조조정 등 문제에서 관리는 잘했지만 금융개혁이나 규제완화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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