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통학차량 내 어린이 방치 사고,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입력 2018-07-19 15:32  

[연합시론] 통학차량 내 어린이 방치 사고,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서울=연합뉴스) 어린이집 원생이 폭염 속 통학차량에 장시간 방치되는 사고가 2년 만에 또 발생했다.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던 4세 여아가 통학 승합차 뒷좌석에 7시간가량 방치됐다 질식사한 채로 발견된 것이다. 다른 원생 8명과 함께 탔지만 혼자 어린이집에 내리지 못한 채 차 안에 갇혔다가 변을 당했다. 당일 동두천은 낮 최고기온이 33.2도로 치솟아 무더웠다. 시신으로 발견될 당시 여아의 체온은 37도까지 올라가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고 한다. 사우나 같은 차 안에서 몸부림쳤을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고 안타깝다.

이번 일은 2016년 7월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유치원 버스 갇힘 사고와 판박이다. 당시 4살이던 최모 양은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통학버스에 8시간가량 방치됐다 가까스로 구조됐다. 하지만 중태에 빠져 2년 후인 현재도 의식불명 상태다. 당시 동승했던 인솔 교사와 운전기사가 승하차 인원 점검과 차량 내부 확인을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란 점도 동두천 건과 똑같다. 동두천 사고의 경우 해당 어린이가 최종 등원하지 않아 무단결석했음에도 어린이집 측이 오후에야 부모에게 연락해 차량 탑승을 확인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관련자들을 조사해 기본 안전을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은 이미 3년 전 이뤄졌다.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김세림(당시 3세) 양이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것을 계기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2015년 1월 말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일명 '세림이 법'으로 불리는 개정 법은 어린이 통학차량과 관련해 ▲안전벨트 착용 ▲인솔 교사 동승 ▲하차 후 차량 내부 점검을 의무화했다. 위반 시 범칙금 12만 원에 벌점 30점 부과도 규정했다. 적용 대상은 어린이가 다니는 각급 학교와 학원, 체육시설을 망라했다. 하지만 대다수가 법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지키지 않아 어린이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교육부는 뒤늦게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협조해 올 2학기부터 '어린이 통학버스 위치 알림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전자장치를 통해 어린이의 승하차 사실을 학부모와 교사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고, 안내된 주소 링크로 통학버스 위치도 확인해 준다고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제도를 조속히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에 동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 제도는 통학차 안 맨 뒤쪽에 안전 확인 버튼을 설치하는 것이다. 운전기사 등이 하차 시 차 안에 잠든 아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후 이 버튼을 눌러야 차량 시동을 끌 수 있고, 누르지 않으면 경보가 울린다고 한다.

사고 반복 예방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관련자들의 안전의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동두천 사고만 해도 기왕의 법규만 충실히 이행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우선 당국이 어린이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법 위반 시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종사자들도 세월호 침몰이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대형 참사도 기본적으로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것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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