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65년]③ 5분 만에 땀 뻘뻘…폭염 속 GOP 병영체험

입력 2018-07-24 07:30   수정 2018-07-24 08:49

[DMZ 65년]③ 5분 만에 땀 뻘뻘…폭염 속 GOP 병영체험
철원 최전방부대 철책 점검 동행…365일 24시간 철통경계



(철원=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아직 야외활동 금지랍니다."
바깥 온도는 32도. 오후 5시를 넘긴 시각이었지만 비무장지대(DMZ)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철원 6사단의 한 일반전초(GOP)를 찾은 지난 17일 강원도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었다.
GOP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 물러난 남방한계선 철책선에서 24시간 경계근무를 하는 부대다.
불볕더위에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GOP 부대의 병력도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최근 과학화 감시 장비가 발달하면서 가능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야외활동이 가능한 온도지수인 30도 아래로 기온이 내려갈 때까지 1시간30분을 더 기다려 철책 점검에 따라나설 수 있었다.
한 병사의 방탄조끼와 헬멧을 빌려 착용하고, 어깨에는 K-2 소총 대신 DSLR 카메라를 내걸었다. 수통이 담긴 주머니의 옆에 수첩과 볼펜도 꽂았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몸이 천근만근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땀 좀 제대로 흘려볼까?'라며 가볍게 마음을 먹어봤다.
점검조는 간부 1명을 포함해 장병 5명으로 구성됐다.
순찰로를 따라 줄을 맞춰 이동하는 그들 뒤로 '미필'에 '운동량 절대 부족'인 기자가 따라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앞에 닥칠 고난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처음에는 철책선 너머로 펼쳐진 생경한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언제 다시 와볼세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장마가 지나간 뒤 DMZ의 녹음은 그 푸른빛이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그와는 대비되는 촘촘한 철조망과 총을 든 장병들의 모습은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그 어떤 장면보다 생생하게 보여줬다.
특히 1986년 겨울에 찍힌 철책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사진과 비교해 계절의 차이만 느껴질 뿐 세월의 변화는 거의 느낄 수가 없다는 사실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65년째 반복되온 임무를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세대를 이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감상도 잠시, 철책 순찰로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땡볕에 그늘 하나 없는 오르막길이었다.
5분 만에 철모를 눌러쓴 머리에서부터 온 얼굴과 등줄기에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순찰로가 급경사이기 때문에 낙상사고에 주의해야 한다'던 안내장교의 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한 계단, 한 계단이 전부 가팔라 두 발이 급속도로 무거워져 갔다.
'전 여기까지만'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멈출 순 없었다. 이 정도 약식 체험 앞에서 체면을 구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앞서 출발하기 전 병영 식사 체험 때 다소 긴장해 속을 적당히 비워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쌀밥에 계란국, 고기 부추 볶음, 당면 무침 등이 식사로 제공됐는데 (포크 겸) 숟가락 하나만으로 밥을 먹기도 어렵고 이미 장시간 더위에 지쳐 있던 터라 많이 먹질 못했다.
사실은 치킨에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차가운 빙수 한 그릇도 생각났다.
그러나 이곳은 GOP였다.
부식이 충분히 제공되고 에어컨 설비와 사이버 지식 정보방 등이 완비돼 장병들의 생활 여건이 하루가 다르게 나아졌다고는 하나 바깥세상의 그것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칠 게 분명했다.
왕복 약 1시간의 짧은 동행에 이어 일몰 뒤 고가초소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며 약 30분 소요의 '군장 체험'을 한 번 더 했다.
GOP 장병들의 노고를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할지 모르는 시간이지만 안전하게 일정을 완수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해가 진 뒤에도 뜨겁기만 한 초소 안 공기에는 기가 질렸다. 그러나 또 바깥을 내려다보면 경계등이 켜진 DMZ의 야경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GOP에는 주말이 없다. 국방은 휴일과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GOP 장병들은 말라리아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매주 예방약도 계속 먹어야 한다.
6사단 관계자는 "GOP의 임무는 365일 24시간 철통경계를 기본으로 한다"며 "다만 주말에는 병사들이 여가생활과 체력단련, 종교활동을 좀 더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su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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