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당 재취업]③과태료 면제규정 3월에 '뒷북 삭제'

입력 2018-08-07 05:17  

[공직자 부당 재취업]③과태료 면제규정 3월에 '뒷북 삭제'
면제자가 거의 3분의 2…'생계·임시직' 등 사유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헌법으로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퇴직 공직자의 유관 기관 재취업에 제한이 가해지는 이유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공직자가 퇴직 후 취직할 자리를 염두에 두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유착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공직자가 사기업에 취업한 후 자신이 근무했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전관예우'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민간기관과 유착하거나 퇴직 후 '전관예우'로 부정부패를 저지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그러나 애매한 예외 규정들 탓에 빠져나갈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다.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유관기관에 취업했다가 적발된 퇴직 공직자 중 63.1%(457명)가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12년 12월 예외조항을 의결해 이듬해 적용하면서부터다.
퇴직 공직자가 정부 승인없이 임의로 취업했더라도 새 직장에서의 직급이 5급 이하거나 연봉이 4천500만원 이하일 때 또는 일용직 노동직군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이다. 취업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단기직인 경우나 과태료 처분을 받고 스스로 물러난 경우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된 공직자 중 절반을 웃도는 63.1%(457명)는 가장 기본적인 처분인 과태료조차 내지 않았다.
그중 경찰청 출신 인사들은 지난해 121명이 정부 승인 없이 유관 기관에 취업했지만 94.2%인 114명이 과태료 처분을 면했다.
대부분 간부급 말단인 경위로 퇴직해 주차관리원, 경비원, 공사현장일용직 등에 취업한 경우였다.
경찰 다음으로 적발자가 많은 국방부는 올해 5월까지 총 77명이 적발됐지만 42.9%(33명)이 면제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국방부 출신 적발 사례 12명 중 대령과 중령으로 예편해 경비원이나 대학교 예비군연대장직을 얻은 5명의 전직 군인이 과태료 면제 처분을 받았다.






과태료를 면제받은 퇴직 공직자 중에는 새로 취업한 직장에서의 영향력이나 지위 등을 봤을 때 과연 면제처분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월 적발된 공정거래위원회 지 모 부위원장은 공정위 상임위원 출신으로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에 선임됐다.
지 전 부위원장은 검찰의 공정위 불법 재취업 의혹 수사 대상에 올랐으며,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공정위와 중기중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현재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16년에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차관급으로 퇴직한 김모 씨가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로 취업했다 적발됐다.
같은 해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발전소 및 플랜트 설계 담당 계열사인 한국전력기술에서는 2급으로 퇴직한 김모 씨가 평화엔지니어링의 발전플랜트부 전무로 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에는 전라남도 3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남모 씨가 건설업체인 서진종합건설의 부회장으로 취업했고, 국세청 7급 김모씨는 세무법인 '택스세대'의 이사로 임의 취업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모두 과태료를 면제받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법망을 피해 나간 셈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공직자 재취업심사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매년 제기돼 왔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로 지적을 받고서야 올해 3월부터 면제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신동화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생계형'과 같은 이유라도 면제규정보다는 절차를 통해 취업 '적합'판정을 받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했다"며 "면제 제도는 없어졌다고 해도 이번 공정위 사태처럼 부정 취업이 일어날 소지는 있는 만큼 가능하면 전 부처에 대한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oh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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