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욕 아닌 휴스턴·LA 경유는 中 반발 의식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이 남미 방문길에 오르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미국 주요 도시 경유를 허용할 것이라고 대만 상보(上報)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차이 총통이 내달 중순 파라과이를 방문할 때 미국 휴스턴과 로스앤젤레스 두 도시를 지나는 것에 동의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 국무부의 부차관보급 인사와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이 영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는 미국이 대만과 고위급 교류를 확대하기로 한 대만여행법을 시행한 지 처음이다.
차이 총통은 내달 15일 열리는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러 파라과이를 방문한다.
파라과이는 현재 수교국이 18개로 줄어든 대만의 유일한 남미 수교국이다.
소식통들은 차이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면서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 현지의 의원들과 회동하거나 전화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이 며칠간 체류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경유를 허용한 지역이 워싱턴이나 뉴욕 등 상징성이 큰 미국 동부의 대도시가 아니라는 점은 여전히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과 관련한 중국의 반발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미국이 무역갈등을 빚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차이 총통의 워싱턴 경유를 허용하는 고강도의 '대만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앞서 미국은 중국과 대립 격화를 피하려고 차이 총통에게 워싱턴이나 뉴욕 등의 경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미국 국무부는 대만 매체의 이메일 문의에 대해 "이런 방식의 경유는 탑승객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으로 동시에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상원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의원은 "차이 총통도 워싱턴 경유가 양안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자신도 차이 총통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미국 3개 항공사가 최근 중국 당국의 대만 표기 수정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도 미국이 여전히 대중국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의사까지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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