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민화는 화원 작품…조형언어로 읽어내야"

입력 2018-07-27 11:31  

강우방 "민화는 화원 작품…조형언어로 읽어내야"
신간 '민화' 출간…"서투르게 흉내낼 수 없는 조형양식·상징구조 담겨"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통상 민화는 조선시대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무명 화가가 그린 민예적인 그림으로 정의된다. 민화 작가와 양식, 변천사 등을 보다 정교하게 연구하려는 시도는 부족했고, 화가 이름이 없는 작품은 무조건 민화로 뭉뚱그려지기도 했다. 그 결과 작품성과 완성도가 문인 산수화 못지않게 매우 뛰어난 작품이 존재함에도, 민화라고 하면 낮춰보는 경향도 존재했다.
이렇게 "혼탁해진 민화의 해역"에서 민화를 좀 더 올바르게 파악하려는 시도를 담은 책이 나왔다. 미술사학자 강우방(일향 한국미술사연구원장)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쓴 '민화'다. 2014년부터 '월간미술'과 '월간민화'에 연재한 글을 토대로 책을 완성했다.
전공인 불교조각 외에도 민화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한국미술을 연구한 저자는 먼저 민화 작가가 교육받지 않은 일반인이라는 기존 인식을 배격한다. 화원·화승으로 일하다가 그만뒀거나, 적어도 화원·화승이 되고자 오래도록 수련한 이들이 민화를 그렸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그 이유로 "고구려 무덤의 벽화, 고려와 조선의 불화, 궁중 미술에 연면히 내려온 조형양식과 상징구조가 민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는 (일반인이) 서투르게 흉내 내서는 절대로 그려낼 수 없는 '화원의 조형양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신간에서 이른바 '영기화생론'을 통한 민화 분석결과를 펼쳐 놓는다. 저자가 주창한 '영기화생론'은 영기(靈氣·신령스러운 기운)가 영기문양을 이루고, 이 영기문에서 만물이 생겨나고, 그 만물에서 영기가 다시 발산하며 대우주를 이룬다는 일종의 조형론이다.
'영기화생론'이라는 돋보기로 본 민화는 다채로운 영기문으로 구현된 고차원의 상징체계를 지닌다.
가령 까치호랑이 그림(호작도) 속 호랑이는 문양화를 통해 영기를 얻은 존재로서 백호를 상징하는데, 그 조형을 읽어내지 못해 산에 사는 평범한 호랑이로 보았다고 한다. 우리가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하는 민화 양식은 단순히 아무렇게나 붓을 휘두른 것이 아닌, 고차원의 조형을 표현한 결과다.
이렇게 탄생한 민화는 "한국 회화사의 마지막 금자탑"이다. 이는 조선 시대 문인화에 치우친 한국 회화사 연구를 향한 비판으로도 이어진다. "민화는 그 표현 양식이나 상징구조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인 동시에 가장 한국적인 회화다."
다빈치. 536쪽. 4만3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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