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최근 재단을 설립, 오는 2020년 총통선거 출마 준비를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대만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이 이틀 전인 지난 27일 타이베이 시내 앰배서더 호텔에서 롄잔(連戰), 주리룬(朱立倫), 훙슈주(洪秀柱) 전 국민당 주석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재단법인 마잉주 문화교육 기금회' 설립식을 개최했다.

마 전 총통은 이 자리에서 "재임기간 양안은 실리위주 협상과 함께 평화적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양안관계의 정체 및 대립으로 우방 4개국 단교, 동아시안 유스게임 개최권 박탈, 중국 공군기의 대만 상공 비행 등의 일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대만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현 민진당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현실 정치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재단 설립 목적에 대해선 선거를 초월해 국가를 위한 정확한 길을 모색하고 청년에게 미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 전 총통의 재단 설립은 1999년 '신대만인 기금회'와 '둔안(敦安) 사회복지기금회'에 이은 세 번째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기금회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재단 설립이 오는 2020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출마준비를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의 출마설은 차이잉원(蔡英文) 정부 들어 양안관계 경색에 따른 경제악화, 탈원전, 연금 정책 등에서 여론 불만이 점차 커지는 것과 함께 올해 초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민진당 진영의 뤼슈렌(呂秀蓮) 전 부총통이 마 전 총통의 대선 재도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2020년 차이 총통의 재선 도전 과정에서 마 전 총통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둥썬(東森)신문이 지난 5∼8일 인터넷을 통해 1천38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마 전 총통의 지지율은 45.7%, 차이 총통은 21.9%로 압도적인 차이를 나타냈다.
라이칭더(賴淸德) 현 행정원장이 민진당 대선후보로 나올 경우 마 전 총통 43.4%, 라이 원장 31.5%로 마 전 총통이 우세했다.
재단설립과 2020년 총통 선거 출마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마 전 총통은 "감사합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지난달 초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훙하이정밀) 회장의 주식 저당 설정과 관련해 재단 자금 500만 대만달러(1억 8천여만 원)를 댄 사람이 궈 회장일 것이라는 추정 보도도 나오고 있으나 마 전 총통 측은 함구했다.
정치인 도·감청 사건으로 상고심 절차를 밟는 마 전 총통은 최근엔 재임 당시 국민당 재산을 헐값 매각한 혐의로 추가 기소되는 등 검찰의 집중 타깃이 된 상태다.
랴오다치(廖達琪) 중산대 교수는 마 전 총통의 재단 설립에 대해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의 카이다거란(凱達格蘭) 기금회, 차이잉원 총통의 샤오잉 기금회처럼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2020년 대선에 마 전 총통이 출마하지 않더라도 이 재단은 정치적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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