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파종기에 폭염·가뭄…제주 동부지역 농가 '초비상'

입력 2018-08-07 14:29   수정 2018-08-08 11:58

당근 파종기에 폭염·가뭄…제주 동부지역 농가 '초비상'
전체 재배면적 1천206㏊ 30∼40%는 파종조차 못 해
파종한 당근도 생육부진·고사 심각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한 달 넘게 비 한번 없이 이어진 폭염에 제주 동부지역 당근 재배 농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7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당근밭에 겨우 1∼3㎝ 정도의 싹들이 보였다. 20일 전에 파종한 당근이라고 보기 힘든 비실비실한 모습이다. 멀리서 보면 파종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스프링클러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지만 물은 찔끔거렸다. 약 1천500㎡ 당근밭에 스프링클러 수십 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물이 뿌려지는 면적은 전체 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지하수 관정에서 뽑아 올린 물을 호스를 통해 일시에 여러 밭으로 공급하므로 충분한 수압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곳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 대부분의 밭은 급수시설이 갖춰져 있어도 수압이 워낙 낮아 아예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김은섭 당근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최종적으로 밭에 들어오는 농업용수 파이프의 지름이 25㎜밖에 안 돼 지금과 같은 가뭄 시기에 농업용수 수요가 늘면 아예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 주관, 50㎜ 중간관으로 설계된 현재 농업용수 급수시설은 실제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농업용수 공급 시설 규격을 재검토하고, 마을별로 물을 저장해 사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년이라면 지금쯤 구좌읍과 인근 성산읍 지역 대부분 농민이 당근 파종을 마칠 시기지만 올해는 지난달 3일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파종조차 못 하고 있다. 파종하지 못한 면적은 전체 당근 재배면적 1천206㏊ 가운데 30∼40%에 이른다.
7월 초·중순 어렵사리 파종을 마친 농가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 싹이 돋지 않거나, 말라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싹이 돋은 당근 역시 대부분 생육부진 상태다.
이 때문에 재파종을 해야 할지, 수확량이나 상품성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당근 재배 농가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가뭄 해갈 때까지 제주지역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좌읍에 폭염·가뭄 비상대책 현장상황실을 운영한다. 현장상황실을 통해 양수기와 이동식 물 저장조를 공급하고, 추가 관수 시설도 설치하고 있으나 타들어 가는 농심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과 농수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날 당근밭을 찾아 제주도의 농작물 가뭄 대책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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