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초기의 낙태를 합법화하는 방안이 끝내 상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로이터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상원은 9일 새벽(현지시간)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반대 38표, 찬성 31표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상원 부결에 따라 아르헨티나 의회가 낙태 합법화 법안을 다시 제출하려면 앞으로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AFP 통신은 설명했다.
앞서 아르헨티나 하원은 지난달 임신 14주 이내 낙태를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간신히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다.
가톨릭 국가인 아르헨티나는 현행법상 성폭행이나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스캔들로 가톨릭 교회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페미니스트 단체들의 주도로 낙태 권리 운동이 힘을 얻으면서 찬반 논쟁이 거세다.
역시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인 아일랜드에서 지난 5월 낙태금지를 규정한 헌법조항 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도 논쟁에 불을 붙였다.
상원 표결 과정에서도 무려 15시간의 격론 끝에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회의사당 주변을 포함한 시내 곳곳에서는 낙태 반대파와 찬성파가 각각 파란색과 초록색 두건을 흔들며 새벽까지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였다.


낙태권 지지자인 나탈리아 카롤(23)은 로이터에 "나는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 "오늘 법안이 통과하지 못했지만 내일, 아니면 그 다음날에라도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다수의 여성이 몰래 낙태 시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보건복지부는 매년 최소 35만 건의 불법 낙태 시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인권단체들은 보고 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낙태 반대론자라면서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기꺼이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광범위한 낙태를 법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우루과이와 쿠바 등 2개국에 불과하다.
아르헨티나 외에 브라질에서도 대법원이 성폭행과 태아 기형, 산모 생명 등의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법의 위헌 여부를 조만간 심판해 낙태 찬반 논쟁의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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