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장안산 방화동 생태길

입력 2018-09-09 08:01  

[연합이매진] 장안산 방화동 생태길
물소리 청량한 계곡 따라 걷는다

(장수=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전북 장수 장안산 서남쪽 기슭에는 길이 5.4㎞의 계곡 길이 있다. 길이 3.2㎞의 방화동계곡과 2㎞의 덕산계곡이 이어지며 아름답고 깨끗한 생태길을 형성하고 있다. 계곡길을 따라 걸으면 시원스러운 물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용소(龍沼),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장수 장안산(해발 1,237m)은 전국 8대 종산(宗山) 중 하나다. 종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수맥과 산맥이 잘 어우러진 산을 말하는데 백두, 한라, 지리, 덕유, 장안, 설악, 치악, 오대산이 이에 속한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산 중에서 최고의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안산은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변으로 산봉우리가 첩첩이 숲을 이룬 장안산의 서남쪽 기슭에는 길이 5.4㎞의 방화동 생태길이 조성돼 있다. 거리는 제법 되지만 경사가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왕복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다.
생태길 탐방은 하류에 있는 방화동자연휴양림이나 상류의 장안산 군립공원 관리사무소를 들머리로 삼는다. 크게 차이는 없지만 장안산 군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하면 계속 내리막이어서 걷기가 더 편하다. 문제는 원점회귀 코스가 아니고 양 끝 지점을 잇는 대중교통편도 없어 생태길을 완주하려면 왕복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탐방객은 보통 장안산 군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해 아랫용소까지 왕복 2.8㎞(약 40분)를 걷는다. 방화동자연휴양림에서 용소(왕복 8.4㎞)까지 다녀오기도 한다.



◇ 시원한 광경 선사하는 방화폭포

방화동자연휴양림을 출발점으로 삼아 생태길을 걷기 시작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상순의 휴양림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계곡 따라 즐비하게 텐트를 치고 휴가를 즐기고 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이나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캠핑카야영장을 지나자 계곡과 주변으로는 수풀이 가득 우거지고 녹음이 짙다. 평균 해발 고도가 500m 정도이고 시원한 계곡물이 계속 흘러서인지 한낮인데도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무 데크가 계곡 오른쪽을 따라 이어져 발걸음도 가볍다. 한여름에 유모차를 끌고 걸어도 될 만큼 평탄하고 시원한 길이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길을 통과한 후 휴양림 맨 안쪽에 있는 산림문화휴양관을 지나면 탐방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맞은편 숲속의집 옆 팻말에는 '산책로·용소 2.4㎞'라고 적혀 있다. 팻말 오른쪽으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조금 걸어가면 돌연 산 사면을 따라 폭포수가 시원스레 떨어져 내린다. 물줄기가 110m나 되는 방화폭포다. 계곡 상류 덕산제(용림제)의 물을 끌어다 오전과 오후에 한 차례씩 가동하는 인공폭포다. 비록 인공폭포지만 세 개의 물줄기는 바위 절벽을 튕기고 흘러내리며 경쾌하고 시원한 광경을 선사했다. 맞은편 언덕 위에 마련된 쉼터에 오르자 세 줄기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폭포에서 임도를 따라 조금 걷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여울목교를 건너면 산림욕장이 나타난다. 소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한 숲속에 나무로 만든 비치 베드 모양의 의자가 놓여 있다. 의자에 드러눕자 초록빛 나무 사이로 손바닥만 한 하늘이 마주 보인다. 숲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정신까지 맑아지게 한다. 산림욕장 옆으로는 자생화체험원이 조성돼 있다. 편백, 산딸나무, 쪽동백나무, 화살나무, 생강나무 등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봄이면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용 가족 이야기 깃든 용소

방화폭포로부터 700m 지점에서 임도가 끝나고 계곡을 따라 좁은 숲길이 이어진다. 길은 계곡 양쪽으로 조성돼 있다. 중간중간 돌다리도 놓여 있어 길을 선택해 걸을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계곡의 폭이 좁아지면서 물소리가 더 세차게 들려온다. 세찬 물소리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청아하다.
숲길을 따라 1㎞를 걸었을 무렵 왼쪽으로 데크 산책로가 나타났다. 물소리는 대화가 힘들 정도로 우렁차졌다. 물은 바위와 바위 사이를 지나고 넘으면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아래쪽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곧 웅장한 바위 가운데로 물줄기가 소(沼)를 향해 장쾌하게 쏟아지는 아랫용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진녹색 물빛이 용소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이곳에서 조금 위쪽에는 윗용소가 위치한다.



이곳 용소에 얽힌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윗용소에는 아빠 용이, 아랫용소에는 엄마와 아들 용이 살았다. 아빠 용은 승천했지만 용 모자(母子)는 사람들이 아랫용소 암벽에 글자를 새기려고 나무를 베 소를 메우는 바람에 하늘로 오르지 못했다. 그 이후 용소에 매년 마을 사람이 빠져 죽었는데 용이 해코지한 것으로 생각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아랫용소는 아들 용이 승천하려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깊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설에서처럼 아랫용소 암벽에는 군데군데 한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아랫용소에서는 영화 '남부군'에서 빨치산 500여 명이 목욕하는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윗용소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삼삼오오 물속에 들어가 몸을 반쯤 잠겨 더위를 쫓거나 물가 바위에 앉아 차가운 물 속에 발을 담그며 휴식을 취한다. 너른 바위에는 신선이 와서 놀았는지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물속에 잠긴 매끈한 바위에 걸터앉자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차가운 기운이 구석구석 파고든다. 시원한 바람이 계곡을 지나고 숲속에서는 새들이 맑고 고운 목소리로 지저귄다. 여름철에 이곳보다 더 좋은 피서지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윗용소에서 장안산 군립공원 관리사무소까지는 다시 임도가 이어진다. 다시 폭이 넓어진 계곡에서는 튜브를 타고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주변으로는 계곡 바깥에 평상을 놓은 식당이 있다. 관리사무소 뒤편으로는 사계절 이곳 계곡에 풍부한 물을 공급하는 덕산제의 둑이 웅장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방화동 자연휴양림으로 돌아가는 길. 계속 내리막과 평지가 이어져 발걸음이 훨씬 경쾌해졌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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