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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청주고인쇄박물관

입력 2018-09-10 08:01  

[연합이매진] 청주고인쇄박물관
세계 '最古' 우리 인쇄술 역사를 펼친다

(청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일명 '직지'(直指)로 불리는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은 금속활자로 찍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쇄술을 전 세계인에 보여준 유물이다. 직지는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직지를 비롯한 우리나라 고인쇄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청주고인쇄박물관이다.


인쇄술은 '3차 정보혁명'으로 불린다. 인쇄술은 일부의 전유물이던 지식을 다수의 것으로 바꾸었고, 문화를 급속히 발전시켰다. 그야말로 인류 역사를 뒤바꾼 혁명적인 발명품이다. 우리나라는 인쇄술의 선구자였다. 751년 이전에 목판으로 인쇄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한 '직지심체요절'은 모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직지의 원래 제목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고려 우왕 3년(1377년) 백운화상이 석가모니를 비롯해 역대 조사와 선사들이 마음의 본체를 똑바로 가리켜 보인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편찬한 책이다.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의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독일에서 1453~1455년경 찍은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도 70여 년 앞선 유물이다.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 직지의 하권은 콜랭 드 플랑시 프랑스 초대 대리공사가 1890년경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가 1900년 프랑스 만국박람회에서 전시됐다. 이후 1911년 경매를 통해 앙리 베베르가 소장하다가 1952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지금은 도서번호 109번, 기증번호 9832번을 달고 프랑스국립도서관 동양 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직지는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기념행사인 '책의 역사' 전시회에 출품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국내에서 직지를 찍은 흥덕사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마침내 1985년 택지를 개발하면서 흥덕사의 위치를 찾게 됐다.
한국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프랑스 정부에 직지 반환을 계속 요구해 왔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반환이 아니라 한국에 들여와 전시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는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전시 등을 위해 잠시 국내로 들어왔을 때 압류나 몰수 조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압류 면제 조항이 법률로 명문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한국 전시가 이뤄질 경우 압류·몰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640여 년 전 직지의 역사 속으로

1995년 개관한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청주 흥덕구 운천동 흥덕사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은 직지와 고려 금속활자, 고려와 조선의 인쇄문화, 동서양의 인쇄문화를 주제로 하는 전시관 세 곳과 직지쉼터, 홍보영상실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로비 벽면을 가득 채운 금속활자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2011년부터 약 5년에 걸쳐 복원된 '직지'의 금속활자다.
장원연 학예연구사는 "현재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가 하권만 남아 있지만 상권의 내용은 전해진다"며 "상권까지 밀랍주조법으로 활자 3만여 자를 만들어 직지 전체를 인쇄가 가능하게 금속으로 판을 짰다"고 설명했다. 또 상권의 활자를 만들 때는 하권의 글자를 이용했는데 하권에 없는 글자의 경우 파자(破字)하거나 직지를 인쇄한 것과 동일한 금속활자로 찍은 책을 참고했다고 했다.
1전시관에 들어서면 직지와 흥덕사 관련 이야기가 펼쳐진다. '청주와 직지' '직지의 탄생과 여정' '흥덕사' '활자로 태어난 직지' 등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우선 직지라는 이름에 관한 설명이 흥미롭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에서 백운은 직지를 편찬한 경한 스님의 호이고, 화상은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초록은 중요한 부분만을 발췌했다는 뜻이다. 불조는 석가모니와 선조사 스님이며, 직지는 바로 가리킨다는 의미이다. 심체는 선의 요체, 요절은 중요한 절목(부분)을 뜻한다. 한쪽에는 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 보물 제1653호)란 책이 있다. 직지와 동일한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의 목판본이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수록된 '상정고금예문발미'와 복원한 동국이상국집 활자판도 보인다. 상정고금예문발미는 1234년 쓴 것으로 '상정고금' 28부를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어 고려 시대에 금속활자를 이용해 책을 찍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복원한 금속활자와 목판으로 찍은 직지, 프랑스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직지를 사진 촬영해 한지에 인쇄해 복제한 책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마지막 장이 펼쳐져 있는데 '宣光七年丁巳 七月 日 淸州牧外興德寺鑄字印施'(선광 7년 정사 7월 일 청주목외흥덕사주자인시)라고 적혀 있다. 선광은 중국의 연호로 1377년을 말하며 주자인시는 쇠를 부어 만든 글자를 찍어 배포했다는 뜻이다. 즉 인쇄 시기와 장소, 방법을 알려주는 기록이다. 한쪽에는 2001년 9월 4일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으로 증명하는 인증서가 전시돼 있다.
벽면에는 직지가 편찬될 때부터 금속활자본과 목판본 간행, 프랑스로 이동, 전시, 흥덕사지 확인, 청주고인쇄박물관 개관에 이르기까지 직지와 관련된 사건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아래쪽에 전시된 프랑스 언어학자인 모리스 쿠랑이 1901년 간행한 '조선서지'(朝鮮書誌) 보유편을 보면 '3738'이란 숫자 뒤로 직지를 소개한 것을 볼 수 있다.



흥덕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의 복제품도 한쪽에 진열돼 있다. 농악기의 징과 비슷하게 생긴 청동금구 측면을 보면 여러 글자 사이에 '興德寺禁口'(흥덕사금구)란 글자를 볼 수 있다. 이 금구의 발견으로 직지를 간행한 흥덕사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함께 전시된 청동발우 복제품 바깥면에도 '흥덕사'란 글자를 찾아볼 수 있다. 흥덕사에 관한 설명을 보면 흥덕사는 849년 이전부터 존재한 사찰로 1377년 직지를 간행하고 얼마 되지 않아 화재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흥덕사에서 글씨를 쓰고 밀랍글자를 만든 후 금속활자를 제작해 직지를 인쇄하는 과정을 묘사한 인형이 전시돼 있고 위쪽 벽면에서는 금속활자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 우수한 고려와 조선의 인쇄문화

직지를 이용한 홀로그램 영상과 조형물을 지나면 나오는 2전시관에서는 고려의 목판인쇄술부터 19세기 말까지 우리나라 인쇄문화를 소개한다.
'인쇄의 시작' 공간에서는 가장 먼저 두루마리 형식의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알려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복제품이 눈에 띈다.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은 일명 '화엄경'을 백지에 먹으로 쓴 사경(불경의 문구를 베낀 것)으로 신라 경덕왕 14년(755)에 작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육필 사경이다. 무구정광대다리니경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8세기 이전에 먹, 종이 등의 재료를 이용한 인쇄가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677년 의상대사가 구례 화엄사에 각황전을 세우고 보관한 화엄석경(화엄경을 돌판에 새긴 것)과 고려대장경판의 복제품도 흥미롭다.
'고려 시대' 공간에서는 우선 인쇄물 형태가 축(두루마리)에서 절첩(병풍 모양)을 거쳐 책의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오래된 고려 시대 목판 인쇄물인 '보협인다라니경' 영인본, 불교의 힘으로 외세의 침입을 극복하기 위해 간행한 '초조대장경'과 '재조대장경' 복제 목판, '대방광불화엄경소'(보물 제1409호)가 전시돼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근무하던 중 금속활자본 '직지'의 사진을 우리나라에 제공해 '직지'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한 고 박병선 박사에 관한 전시물도 지나칠 수 없다. 박사의 업적에 대한 설명과 함께 훈장과 저서, 타자기, 신분증, 안경과 지갑 등의 유품을 볼 수 있다.



'조선 시대' 공간에서는 금속활자, 목판, 목활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쇄한 여러 고서를 전시하고 있다. '자치통감'과 복원 활자판, 16세기 관상감에서 주조한 '대명승정구년세차병자대통력'(일종의 달력)의 복원 활자판, 조선 중기 사역원에서 편찬한 일본어 학습 교재인 '첩해신어'와 복원 활자판 등이 흥미롭다. 목판 인쇄와 금속활자 인쇄의 교정방법도 재미있다. 금속활자 인쇄의 교정은 세 번의 시험인출과 교정을 반복했다고 한다. 주로 잘못된 글자, 빠진 글자, 기운 글자, 인쇄상태 등을 바로 잡았다.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도 찾아볼 수 있다.
2층에 있는 3전시관은 '동·서양의 인쇄문화'를 주제로 한다. 일본, 중국의 인쇄문화,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등을 만날 수 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5분의 1로 축소 제작한 모형,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바쿠후(幕府) 정부가 1607년 조선의 금속활자를 토대로 만든 쓰루가판 활자 복제품도 볼 수 있다.



◇ 금속활자장 만나는 공간

고인쇄박물과 주변에는 근현대인쇄전시관과 금속활자 전수교육관이 있다. 근현대인쇄전시관 1층에서는 19세기 말 서양의 납활자 인쇄기술 도입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인쇄술의 발전사와 미래 인쇄기술의 발전 방향을 소개한다. 황성신문, 조선어문법, 1910년대 휴대하기 편하게 제작한 '심청전' 딱지본을 볼 수 있다. 딱지본은 표지를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채색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납활자를 종류, 크기에 따라 정리해 놓은 문선대, 원고에 맞게 판을 짜는 조판대, 활자교정기, 활판인쇄기, 공병우가 1949년 최초로 개발한 세벌식 타자기, 등사기 등 추억의 인쇄 관련 기구를 볼 수 있다. 3D 프린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현재와 미래의 인쇄기술도 엿볼 수 있다.
금속활자 전수교육관에서는 직지 금속활자를 복원한 주인공인 임인호 금속활자장(국가무형문화재 제101호)을 만날 수 있다. 임 활자장이 직접 금속활자 주조를 시연한다. 어미자를 주물사를 넣은 거푸집에 꽂고 1천200도의 쇳물을 부어 활자를 만드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시연은 매주 금요일과 매월 첫째 토요일에 3차례(10:00, 13:30, 15:00)씩 진행한다. 이곳에서는 금속활자를 인출, 능화판 문양 밀기, 한지 뜨기, 책 꿰매기 등의 옛 책 만들기, 죽간·수첩 만들기는 유료로 체험할 수 있다.
오는 10월 1일부터 21일간 고인쇄박물관과 청주예술의전당에서는 '직지 숲으로의 산책'을 주제로 '2018 청주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총회, 제7회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등 행사가 열리고, 세계기록유산전, 글로벌 작가전, 공공미술프로젝트, 직지의 교역로를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직지로드 등의 전시가 진행된다. 명상, 요가 등 힐링 체험 행사, 고려 장터를 재현해 마당극을 열고 먹거리를 판매하는 '1377 고려 저잣거리', 시민들이 직지 관련 이미지를 도로에 그리는 그라운드 아트, 도올 김용옥 직지 특강 등이 마련된다. 개막공연, 고려패션쇼, 미디어 퍼포먼스, 릴레이 힐링 콘서트, 다도가 있는 테마음악회도 열린다.



◇ 박물관 관람 정보
-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관람 : 무료
- 전시 해설 : 오전 10시~오후 5시, 현장 요청 또는 전화 예약
- 문의(☎) : 043-201-4266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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