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도덕적 비난 마땅…책임 뒤따라야 할 것"
가톨릭계 일각, 잇단 성학대 사건 교황 '리더십 위기'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의 아동 성적 학대 보고와 관련해 교황청이 16일 "범죄행위이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이런 끔찍한 범죄행위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두 가지"라면서 "바로 부끄러움과 슬픔"이라고 말했다.
버크 대변인은 교황청은 아동 성학대를 단호하게 비난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일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총장이 지난 2016년 소집한 대배심은, 주내 6개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를 2년간 조사한 끝에 300명이 넘는 성직자가 1천 명이 넘는 아동에 가해를 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1940년대부터 70년에 걸쳐 수십만 페이지의 내부 자료를 검토한 보고서에는 사춘기 이전의 소년인 피해자들이 성추행과 성폭행까지 당한 사실과, 가톨릭 교회가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사실도 포함됐다.
버크 대변인은 "교회는 과거의 일로부터 엄격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며 "그리고 성학대자들과 그러한 행위가 벌어지도록 방임한 것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크 대변인은 보고서의 사건은 2002년 미국 가톨릭주교회가 범죄에 대한 신속한 고발과 성직자의 직위 박탈을 법률로 정하기 전 내용이라고 전제, 2002년 이후 그러한 사건이 없었다는 것은 미국 가톨릭교회에 대한 개혁으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가 급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포함한 남미와 호주 등 각지에서 가톨릭 성직자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진 데 이어 펜실베이니아 교구 사건까지 터지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처 능력이 압박을 받는 형국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이번 일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세계의 '도덕적 증인'으로서 역할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가톨릭계 일각에서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교황은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DC 대주교를 지냈던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의 아동 성학대 의혹과 관련해 그의 사임을 수락했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매캐릭 추기경이 50여년전 11세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지난 6월 발표한 바 있다.
교황은 앞서 지난 5월 사제의 아동 성학대 은폐 사건의 책임이 있는 칠레 주교단 31명의 사직서를 받았다.
같은달 호주에서는 필립 윌슨 애들레이드 교구 대주교가 1970년대 아동 성학대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교황의 최측근이자 교황청 서열 3위인 조지 펠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도 과거에 저지른 아동 성학대 혐의로 호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매캐릭 추기경 사건과 관련해 미국 가톨릭주교회를 이끄는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은 교황청에 전면적인 조사와 보고서 작성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나르도 추기경은 매캐릭 추기경 사건과 펜실베이니아 교구 사건 모두가 "도덕적인 재앙"이라면서 주교 리더십 부재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카가톨릭대학 커트 마틴즈 교수는 "교회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얘기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성학대만큼 심각한 이슈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교회 지도자들의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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