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승마 에이스' 김혁 "정유라 때문에 더 열심히 했어요"

입력 2018-08-20 16:56  

[아시안게임] '승마 에이스' 김혁 "정유라 때문에 더 열심히 했어요"
김혁 분전에도 한국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6연패 실패



(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조금 더 높은 포인트를 받았어야 했는데, 저 자신에게 부끄럽고 많이 아쉽습니다."
김혁(23·경남승마협회)은 한국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6연패 도전이 실패로 끝난 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거처럼 자책했다.
하지만 김혁의 연기는 훌륭했다. 김혁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승마공원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한국의 마지막 선수로 나서 71.235%를 획득했다.
이날 단체전에 참가한 26명의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점수였다. 한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 선수 4명을 모두 압도한 점수였다.
김혁이 마지막 선수로 출전하기 전에 이미 한국과 일본의 점수 차는 2.863%에 달했다. 김혁이 마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대부분 전문가는 이미 승부가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혁은 최선을 다했다.
김혁은 한국이 은메달에 그치며 아시안게임 단체전 5회 연속 우승 행진이 자신이 출전한 대회에서 끝났다는 사실에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혁은 "조금 더 높은 포인트를 받았어야 했다. 더 열심히 해야 했다"며 "저 자신에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들어가기 전에 점수를 계산했다. 74∼75%를 받아야 역전 우승이 가능하더라"며 "최대한 짜낼 수 있을 만큼 짜냈다고 생각했는데 점수는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마장마술의 새로운 에이스로 74% 이상은 충분히 받던 김혁이었지만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 듯 점수는 그의 예상을 밑돌았다.


김혁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의 아쉬움을 끝내 씻어내지 못했다.
김혁은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5위에 그치며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밀린 것이다.
정유라는 경기 중 여러 차례 실수를 저질렀지만, 감점받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는 특혜 선발 논란을 일으켰다.
김혁은 대표 선발전 탈락 이후 억울함에 한 달 동안 고삐를 놓았다. 선수 생활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김혁은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한국 마장마술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는 "정유라 때문에 오히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온 계기이기도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사실 그 일 때문에 말도 안 탈까 생각도 했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라 더 열심히 하자고 각오를 다졌다"며 "이제는 다 떨쳐버렸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괜찮다"고 했다.
김혁에게는 아직 개인전이 남아 있다. 마장마술 개인전은 21일 예선을 치른다. 예선을 통과한 15명(국가별 최대 2명)은 23일 결선을 벌여 메달 주인을 가린다.
김혁은 "개인전에서는 꼭 금메달 따서 국민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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