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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어보에 유독 거북 손잡이가 많은 까닭은

입력 2018-08-21 15:25  

조선 어보에 유독 거북 손잡이가 많은 까닭은
신간 '국새와 어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 어보(御寶)는 왕과 왕후 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릴 때나 왕비·세자·세자빈을 책봉할 때 만든 의례용 도장이다.
그런데 현전하는 조선 어보 330여 점을 보면 손잡이가 대부분 거북 문양이다. 조선 왕실은 각종 의물(儀物)에 용 문양을 사용했으나, 어보 손잡이는 유독 거북이 많다.
이에 대해 인장사(印章史) 연구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성인근 경기대 초빙교수는 신간 '국새와 어보'에서 "조선시대에 거북 손잡이를 고수한 이유는 선택이 아닌 당위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초기에는 태조, 정종, 태종 어보를 용 손잡이로 제작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거북 손잡이, 즉 귀뉴(龜紐)가 정착돼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전까지 어보에는 거북 조각이 달렸다.
저자는 "동양에서 거북은 용·봉황·기린과 함께 신성한 동물로 인식됐다"며 "조형물로서는 석비나 관복 상자에 사용됐는데, 등무늬의 연속적 문양에 무병장수를 향한 염원을 담았다고 풀이된다"고 설명한다.
중국에서는 황제보다 위계가 낮은 제후와 황태자에게 거북 문양 도장을 하사했는데, 조선이 명과 청으로부터 받은 국새 6점은 모두 귀뉴였다.
저자는 "다른 기물에 비해 인장은 고대부터 국가 간 신분 질서를 나타내는 전통이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거북과 낙타 손잡이가 있는 도장을 중국으로부터 받았는데, 낙타보다는 거북이 친숙했던 것 같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이어 "중국이 준 국새가 귀뉴인데, 어보를 그보다 높은 상징인 용으로 제작한다면 국새와 어보 사이에 위격(位格)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조선이 어쩔 수 없이 용이 아닌 거북 손잡이 어보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저자는 어보 재질이 금, 은, 옥으로 다양한 이유에 대해서도 답한다.
그는 "책봉 보인(寶印)을 살펴보면 왕비는 금으로, 왕세자 이하는 모두 옥으로 제작했다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며 "어보를 은으로 만든 사례는 6점인데, 남은 유물은 5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책봉 보인은 옥보다 금을 조금 더 상격(上格)으로 인식했지만, 존호나 시호를 올릴 때 제작한 어보는 금과 옥의 재질상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이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한대부터 금보다는 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인다.
어보 제작 과정과 상징성, 국새 종류와 쓰임, 국새와 어보 수난사와 환수 사례를 상세하게 정리한 저자는 국새와 어보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새는 국가 공식 문서에 찍는 국왕의 행정용 인장, 어보는 왕실 사람들의 위호(位號)와 명호(名號)를 새긴 의례적 성격의 인장으로 본다. 국새와 어보는 각각 왕권의 신성함과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체이다."
현암사가 기획한 왕실문화총서 두 번째 책이다. 조선 의궤, 왕비의 상징, 신주, 왕릉에 관한 책도 출간될 예정이다.
304쪽. 2만2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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