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전진배치하며 직업 외교관들도 기용…"틸러슨과 차별화"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육군사관학교(West Point), 하버드, 캔자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이자 북미 비핵화 협상의 '키맨'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취임한지 넉 달이 돼가는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부'의 실세그룹인 '이너서클'을 놓고 워싱턴 안팎에서 회자되는 3가지 키워드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1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자기 삶의 핵심 부분을 공유하는, 그러나 외교에 대한 경험은 부족한, 충성도 높은 인사들이 주를 이루는 '이너서클'을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코어그룹'이 신뢰가 큰 나머지 현재로선 별도의 공식적 비서실장 임명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다만 전임자인 렉스 틸러슨 체제에서 만연했던 외교관 등 직업 외무 공무원 홀대론이 국무부 사기저하로 이어진 데 대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외교 베테랑들'도 요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측근 등 자기 사람들을 전면에 배치하면서도 국무부 조직의 기존 근간인 외무 공무원과 일부 '틸러슨 사람들'까지 일단 끌어안는 것이 폼페이오 장관이 보여주고 있는 '용인술'이라는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2인은 폼페이오 장관과 '30년 지기' 친구인 울리치 브레치불 국무부 고문과 브라이언 뷸라타오 관리 담당 차관이다. 두 명 다 폼페이오 장관의 육사 동기이자 폼페이오 장관과 마찬가지로 육군에서 복무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학위를 땄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두 사람은 폼페이오 장관이 정계 입문 전 캔자스에서 '테이어 에어로스페이스' 회사를 차릴 때도 도와줬다.
브레치불 고문은 틸러슨 장관 시절 공석이던 상당수 고위직 자리의 충원을 위한 적임자 물색이 주요 업무로 알려졌다. 기존 비서실장의 업무도 상당 부분 그가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뷸라타오 차관이 트럼프 행정부에 발을 담근 건 폼페이오 장관의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이다.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뷸라타오 차관은 당시 CIA의 최고운영책임자로서 CIA 관료체제에 민간 경영 스타일을 접목하는 일을 시도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뷸라타오 차관에게 이번에도 비슷한 임무를 맡겼다.
폴리티코는 틸러슨 장관 시절 기존 국무부 직원들을 장관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엄격히 차단하는 문고리 역할을 해 원성을 산 당시 배타적 참모 그룹들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의 이너서클은 아직은 그런 비판은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부인인 수전 폼페이오도 국무부 내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진 않지만 단순한 내조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남편의 캔자스 하원의원 시절부터 '참모'이자 조언자 역할을 해온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CIA 국장 시절 사무실에 나와 일정 관리 등을 직접 챙겨 비공식적인 게이트키퍼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달 열린 1998년 케냐·탄자니아 대사관 폭탄테러 사건 희생자 추모행사 당시 다른 일정과 겹쳐 불참한 폼페이오 장관 대신 부인 수전 폼페이오가 연설을 해 일부 외교관들이 의아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밖에 외부에는 덜 알려졌지만, 캔자스 하원의원 시절 참모 출신인 토니 포터 선임보좌관도 국무부 내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핵심 수족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폼페이오 장관이 자기 사람들만 쓰는 건 아니다. 실제 그는 지난 4월 말 취임 때부터 직업 외무공무원들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조직 사기진작을 강조해온 바 있다.
대언론 분야에서는 틸러슨 장관 시절 기용된 폭스뉴스 앵커 출신 헤더 나워트 대변인을 전적으로 신임한다고 한다. 나워트 대변인은 오히려 틸러슨 장관 시절에는 이너서클에 밀려 겉돈다는 평을 받았으나 폼페이오 장관 체제에 들어 핵심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국무부 직원들은 베테랑 외교관 출신의 마이클 매킨리가 선임보좌관으로 발탁됐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다른 외무 공무원인 데이비드 헤일이 정치현안 차관을 맡는 과정에서 힘을 실어줬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 외에 기존 국무부 출신 인사 3인도 폼페이오 체제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는 키맨들로 꼽힌다.
틸러슨 장관 때 임명된 존 설리번 부장관, 백악관 등 다른 부처와 업무 조율 역할 등을 담당하는 리사 케나 사무국장, 브라이언 훅 국무부 선임정책기획관이 그들이다. 특히 조지 W. 부시 정권 때 활동하다 틸러슨 전 장관 시절 '컴백'한 뒤 장관과 직원들을 차단한 것으로 도마 위에 오른 훅 기획관을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대이란 특별대사에 임명해 국무부 주변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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