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축출 움직임에 턴불 "의원직 사임" 반발…후임자 속속 거론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호주 집권여당이 당권 싸움으로 큰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약 3년 전 소위 '당내 쿠데타'로 전임자를 몰아낸 맬컴 턴불 총리가 이제 당내 유력 주자의 총리직 흔들기에 휘말리면서 말 그대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호주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만큼 여당의 당대표가 총리직을 맡게 된다.

턴불 총리는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당내 불만 세력이 계속 자신을 흔들어대면 의원직을 그만두겠다는 경고를 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보도했다.
턴불 총리가 의원직을 사임하면 보궐선거로 이어지고, 이는 현재 단 한 석 차이로 과반수를 유지하는 현 자유-국민당 연립정부에 타격을 줘 결국 후임 총리로서는 즉각적인 총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소속당인) 자유당을 더 오른쪽으로 끌고 가려는 소수세력들의 매우 교묘한 노력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들의 움직임을 "광기의 한 형태"라고 맹비난했다.
턴불 총리는 의원들의 요구가 있다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24일 정오에 열겠다며 자신은 총리직에 나서지 않고 의원직도 더는 유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총회를 열려면 의원 최소 43명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그의 경고는 지난 21일 실시된 당대표 선출 투표에서 자신이 경쟁자인 피터 더튼 내무장관을 48대 35로 물리쳤으나, 더튼 장관 측이 물러서지 않고 23일에도 다시 회의를 열어 자신을 밀어내고자 하는 가운데 나왔다.
강경 보수파인 더튼 장관 측에서는 표결에서 패한 뒤 약 10명의 각료가 사퇴하면서 턴불 총리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더욱이 기존에 턴불 총리를 지지했던 주요 각료 3명이 23일 입장을 바꿔 지도부 교체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총리직을 둘러싼 혼란은 가중됐다.
이 와중에 스콧 모리슨 현 재무장관에 이어 당내 2인자로 턴불 총리 편에 섰던 줄리 비숍 외교장관도 당 대표직에 도전장을 던질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턴불 총리가 이처럼 벼랑 끝 위기에 몰리게 된 데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감축 정책을 입법화하려는 데 대한 당내 강경 보수파의 강력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턴불 총리는 결국 정책 추진을 철회했지만, 턴불 총리의 진보 성향과 그의 낮은 지지율에 불만을 품은 당내 강경파는 지난 21일 당대표를 바꾸기 위한 투표를 강행했다.
여당의 혼란에 의회 활동도 중단되면서 야당 측은 "호주 정부는 더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호주에서는 2007년 당시 존 하워드 총리가 11년간 재임한 뒤 3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정치적 불안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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