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초 피아노, 주지사에 교량 재건계획 전달…"서두르지 말아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제노바 태생의 세계적 건축가 렌초 피아노(80)가 지난 14일 교량이 붕괴돼 43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고향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ANSA통신은 피아노가 28일(현지시간) 무너진 모란디 교량 재건안을 들고 제노바가 소속된 리구리아 주청사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피아노는 조반니 토티 주지사에게 자신이 구상한 재건 계획을 전달한 뒤 "다리야말로 첨단 기술부터 인문학적 상상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망라된 건축물"이라며 올바른 재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란디 교량 붕괴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 있었다는 그는 "사고가 난 이후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없었다"며 고향에 닥친 비극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그러면서 "무너진 교량의 재건에 곧 나서되,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토티 주지사는 "건축 분야에서의 슈퍼스타이자 제노바 출신인 피아노가 모란디 다리를 다시 건설하기 위한 구상을 자발적으로 제안했다"며 "우리는 그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1937년 제노바에서 태어난 피아노는 현존하는 건축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건축계의 노벨상에 해당하는 프리츠커 상의 1998년 수상자인 그의 손끝에서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1977년), 영국 런던에 위치한 72층 짜리 고층건물인 '더 샤드'(2012년), 미국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2015년) 등이 탄생했다.

한편, 다닐로 토니넬리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모란디 교량의 재건을 국영 조선업체인 핀칸티에리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넬리 장관은 "모란디 교량의 운영사인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이하 아우토스트라데)는 자금은 당연히 제공하되 재건을 맡아서는 안된다"며 "(사고의 책임이 있는) 이 업체에 교량 재건을 허용하는 것은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붕괴한 교량을 비롯해 이탈리아 전체 고속도로의 절반에 가까운 구간을 운영하는 아우토스트라데로부터 고속도로 운영권을 회수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토니넬리 장관은 27일에는 의회에 출석해 "모란디 교량 붕괴는 막을 수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아우토스트라데를 포함해 민간 고속도로 운영사 전체를 상대로 운영권에 대해 면밀한 감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고속도로 운영사들이 유지 보수 현황 등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경우 국가가 고속도로를 관리하지만, 이탈리아보다 더 잘 운영되고 있다"며 민영화한 고속도로 관리를 다시 국영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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