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제 그만?' 지자체 산하 기관장 인사검증 도입 잰걸음

입력 2018-08-31 07:18  

'낙하산, 인제 그만?' 지자체 산하 기관장 인사검증 도입 잰걸음
민선 7기 들어 도입 속도…일부 지자체는 이미 시행 중
전북·울산 여전히 도입에 부정적…지역시민단체 반발
"도입도 의미있지만 제대로 운영해야"…구속력 없어 통과의례 변질 우려 상존

(전국종합=연합뉴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2000년 이후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를 여는 국회와 달리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산하기관장은 그간 검증이나 견제 방법이 없는 '무풍지대'였다.
지방의회의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시행 근거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지만 통과될지조차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지역 공공기관장 자리는 선거캠프 관계자의 논공행상이나 퇴직 공무원 자리보전 용도 정도로 여겨져 관피아·낙하산 논란이 수십 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지방 권력 지형이 대폭 달라진 민선 7기 출범 이후 산하 기관장 인사검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리 챙겨주기'라는 수십 년간 지속한 구태 고리를 마침내 끊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민선 7기 인사청문회 도입 잰걸음…능력·자질 갖춘 인재 등용될까
부산시는 29일 시의회와 산하 공공기관 인사검증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이번 공기업 인사 때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부산시의회가 구성하는 특별위원회에서 검증을 맡아 임명 후보자의 정책 소견을 10분간 청취한 뒤 질의·응답 방식으로 운영한다.

부산시장은 임명 후보자 직업·학력·경력과 병역, 재산, 세금, 범죄 경력 등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경남도와 도의회는 도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해 1차 도덕성 검증(비공개)과 2차 능력·자격 검증(공개)을 위한 위원회 회의를 운용하기로 합의했다.
도의회는 임용권자가 인사검증을 요청하면 요청일로부터 7일 이내에 인사검증 위원회를 열고 10일 이내에 그 결과를 임용권자에게 보내기로 했다.
충남도도 공공기관장 후보자 경영 능력과 도덕성 등에 대한 사전검증을 위해 인사청문제도가 필요하다는 도의회 요청을 받아들였다.

제주도는 민선 6기 당시 제주시와 서귀포시 행정시장, 출자기관 대표이사, 출연기관 원장,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경기도, 전남도, 강원도, 광주시, 대전시는 2014∼2015년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2011년부터 경제부시장 내정자를 대상으로 인사간담회를 열고 있다. 시의회는 간담회 후 경과 보고서를 작성해 시에 통보한다. 충북도는 산하 기관장 임명과 관련한 인사검증시스템이 따로 없지만 대신 기관장 추천위원회 구성 때 위원 9명 중 3명을 의원 추천 인사로 구성하고 있다. 대구·경북도 2016년 시·도의회와 산하 기관장 후보자 인사검증 도입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 전북·울산, 도입 요구에 묵묵부답…시민단체, "정실인사 하려나" 반발
울산에서는 각계의 인사청문회 도입 요구에 대해 울산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선 7기 들어 상당수 광역단체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울산시의회와 시민단체에서 이 제도를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시가 인사청문회 도입을 꺼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논란이 확산했다.
일각에서는 송철호 시장이 조만간 이뤄질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장 자리에 퇴직한 고위 공무원을 앉히거나, 선거 논공행상 차원의 보은·정실인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울산시민연대는 "모든 특·광역시가 도입한 제도를 울산시가 회피하는 구태를 보여 실망을 주었다"면서 "시가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거부해 지방 공공기관장 후보가 인사권자 철학과 행정개혁, 혁신 방향을 알리고 시민 공감대를 확장할 기회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전북도 역시 경우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는 즉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2014년 조례 제정을 통해 도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려 했으나 도가 무효소송을 내 무산됐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전북도는 산하 공공기관장을 임용할 때 사전검증 절차인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 통과의례 그칠 수도…"제대로 검증해야" 목소리 비등
민선 7기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위한 인사검증 시스템 도입에 속도가 붙기는 했지만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 사장을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제대로 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사검증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시장·도지사의 산하 기관장 임명권을 제한하지 않는 등 강제성이 없어 통과의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강원도와 도의회는 2016년 9월 산업경제진흥원장 임명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도가 인사청문을 통해 '부적격' 의견을 낸 도의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산업경제진흥원장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냈으나, 도는 평생 깨끗하고 성실하게 공직을 수행했고, 단 한 명만 공모해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도의회는 당시 즉각 성명을 내고 "최문순 지사는 도의회가 심도 있는 검증으로 부적격 통보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 인사청문제도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라고 비판해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기도 했다.
대전에서도 전문성, 도덕성에서 큰 문제가 발견된 단체장이 지목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기도 인사청문회에 대해 지역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도덕성 검증의 경우 비공개로 진행되며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수원경실련은 "청문회라는 제도 자체가 공개를 전제로 한다"며 "도의회가 민의를 대표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바람에 주고받기식 청문회가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청문회를 통한 자질 검증 등 없는 것보다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예정자들이 낙마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형식적이고 통과의례로 전락하고 있다"며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장 역시 공적으로 중요한 기구인 만큼 청문 절차가 실제 인사에 반영되도록 구속력이 있게 반드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찬흥 김호천 박영서 양영석 심규석 강종구 여운창 김용민 김상현 김동철 허광무 우영식 박정헌)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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