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시 이노호사 28년만에 내한 "이민자·난민 인권존중 필요하죠"

입력 2018-09-01 06:00   수정 2018-09-01 10:34

티시 이노호사 28년만에 내한 "이민자·난민 인권존중 필요하죠"
'돈데 보이' 부른 멕시코계 미국 가수…"죽음의 문턱 경험, 노래는 나의 구원"
6일 새 앨범 '웨스트' 발매 "개인적인 이야기 담은 자서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8년 만이네요. 그땐 뭔가 좀 혼돈 상태였는데, 이번엔 여유롭게 서울을 바라보며 많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라틴 포크 명곡 '돈데 보이'(Donde Voy)로 유명한 멕시코계 미국 가수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63)가 28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89년 발표한 '돈데 보이'가 김수현 작가의 MBC TV 드라마 '배반의 장미' 주제곡으로 쓰이며 인기를 얻자 1990년 9월 내한해 삼풍백화점 삼풍아트홀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번 방문은 2일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X 에이팜 2018' 출연이 계기가 됐다. 6일에는 그의 새 앨범 '웨스트'(WEST)가 국내에서 발매된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한 이노호사는 "어제 KBS 1TV '콘서트 7080' 녹화에서 '돈데 보이'를 부르고 가수 김희진과 '에레스 뚜'를 듀엣 했다"며 녹화를 마친 뒤 '치맥'(치킨+맥주)도 맛봤다고 했다.
그의 애잔한 음색이 서정적인 선율에 담긴 '돈데 보이'는 미국 국경을 넘어 불법 이민자가 된 멕시코인들의 애환이 담긴 곡이다. 그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아에서 멕시코 이민자 가정의 1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자신의 뿌리를 음악에 녹였다. 또 조앤 바에즈와 밥 딜런 등의 영향을 받아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아냈다.
그는 이번 '웨스트' 앨범에 대해 "'돈데 보이'가 수록된 데뷔 앨범 '홈랜드''(Homeland)의 성숙한 '어른 버전'"이라며 "나의 스토리가 담긴 자서전과 같다"고 소개했다.
이 앨범의 한국판에는 그가 새롭게 녹음한 '돈데 보이'가 보너스 트랙으로 실렸다. 청아하고 호소력 짙은 음색은 변함이 없었다.
다음은 이노호사와의 일문일답.


-- '돈데 보이'를 어떤 심정으로 만들고 불렀나.
▲ 이 곡을 만든 건 1988년이었다. 멕시코 이민자들의 불법 체류에 대한 규제가 강했는데 부모님이 멕시코 이민자였다. 아버지는 합법적으로 미국 샌안토니아에 거주하던 이민자였는데 어머니는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나 결혼해 시민권을 얻게 됐다. 그런데 부모님의 지인 중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분들이 많았다. 부모님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 이민자의 어려움을 봤고 그 영향을 받아 작곡했다.
-- 이 노래를 불법 이민자의 사면을 단행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콘서트에서 불렀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불법 이민자 규제 원칙을 내세워 이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인데.
▲ 오바마 정부 때만 해도 이 문제에 우호적이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불법 체류자 분포가 줄었음에도 공격적으로 과장하면서 언론 플레이를 해 불편하다. 안티 이민 주의가 강해 라틴계뿐 아니라 북유럽, 아시안 등 이민자 자체를 싫어하지 않나. 동정과 연민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 한국에도 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유입돼 수용 여부가 뜨거운 감자였다. 인권과 안보의 문제로 봤을 때 난민을 대하는 지구촌의 태도를 어떻게 바라보나.
▲ (사견임을 강조하며) 유럽으로 가는 시리아 난민 등 세계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며 사람보다 국가 개념에 중점을 두고 있어 인권존중이 필요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알아야 하고 해결할 힘이 있는 이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유럽으로 시리아 등지 난민이 옮겨가는데 국경을 닫거나 거부하는 일이 많아 놀랐고 슬펐다. 인간을 존중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음악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나.
▲ 음악은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난 1970년대 조앤 바에즈, 밥 딜런, 존 덴버, 폴 사이먼 등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들의 노래는 인권,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그때가 시작점이 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 데뷔 앨범뿐 아니라 1995년 앨범 '프론테하스'(Frontejas) 등에서 뿌리를 잃지 않은 음악을 선보였는데.('프론테하스' 앨범에선 멕시코와 미국 국경 지역에서 생성된 독특한 사운드의 음악을 내세웠다.)
▲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난 텍사스와 미국 국경 지역의 음악을 선호한다. 앨범 작업을 할 때면 대중적인 노래도 좋지만 깊은 메시지를 담고 싶어진다. '프론테하스' 앨범의 '라스 마리아스'(Las Marias)란 곡도 세 명의 불법 이민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었다. 고된 일자리마저 찾기 어려운 세 여성의 현실을 얘기하면서 꿈과 희망, 가족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표현했다. 새 앨범의 '마리아 콘수엘로 아로요'(MARIA CONSUELO ARROYO)란 곡에도 자녀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자라길 바라는 보통의 멕시코 여성의 마음을 담았다.


-- 30대에 첫 앨범을 내 다소 늦게 데뷔했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나.
▲ 어린 시절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어머니가 여건이 안돼 가수의 꿈을 포기했기에 어머니 영향이 다소 있었다. 집에는 늘 음악이 있었고, 어머니는 피아노 등 음악 수업을 중요하게 여겼다. 전문적으로 시작한 것은 고교 시절부터다. 그때 레코드 제안이 들어왔는데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 거절한 뒤 페스티벌에 참여하거나 콘테스트에 나가 수상했다. 22살 때 내슈빌로 가 레코드사를 찾으려 했는데 그땐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10년간 방황하다가 딸을 낳은 뒤 작사, 작곡해서 앨범 한장을 냈고, 그게 히트해 큰 레코드사와 계약해 '홈랜드'를 선보였다.
-- 곧 한국에서 출시될 '웨스트' 앨범에는 전반적으로 어떤 메시지가 담겼나.
▲ '돈데 보이'를 빼고는 모두 신곡이다. 함께 다니는 기타리스트와의 여행 스토리 등 개인적인 얘기가 담겨 자서전처럼 생각하면 된다. 내슈빌에서 10년간 고생할 때 유명 컨트리 아티스트 마이클 마틴 머피의 백업 싱어를 했는데 그분에게서 공연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이번 앨범에서 그분과 '왓 엠 아이 두잉 행잉 라운드'(WHAT AM I DOING HANGIN' ROUND)를 듀엣 했다.
-- 창작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 '웨스트'를 바탕으로 말하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집중한다. 자다 일어났는데 꿈속에서 영감을 받거나, 이상한 느낌이 들 때 작곡한다, '웨스트'의 7~8곡은 며칠만에 작곡했다. 느낌이 왔다.
-- 음색이 그대로여서 놀랐다. 특별히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
▲ 사실 특별히 관리하진 않지만, 최대한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평소 크게 소리 지르지 않는다. 노래를 계속하려 한다. 그러려면 연습을 해야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이번 앨범까지 작업하며 배운 것은 감정 컨트롤이다. 한때 독일에서 살았는데 그땐 노래를 안 불렀다. 노래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을 정도로 슬픔에 빠져 있어 거의 노래를 포기했다. 물론 지금은 좋아졌다. 노래는 내 평생의 직업이고 나의 구원이자 유일하게 회복하는 길이다.
-- 2015년 의료 사고로 건강이 무척 안 좋았다던데 회복했나.
▲ 회복했다. 이혼한 뒤 우울한 상태였는데 몸이 안 좋아 간단한 수술을 받으러 갔다. 그 수술에서 의료 사고로 폐와 비장을 다쳐 큰 수술을 했고 회복에 긴 시간이 걸렸다. 2015~2016년은 거의 아프고 수술을 받는 해였다. 지난해 제대로 회복했고 그 '일'을 통해 배움을 얻었다. 죽음을 코앞에 두는 경험을 하니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내가 뭘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아는 계기가 됐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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