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일문일답] "표준특허기술 기업의 지배력 남용 심각"

입력 2018-09-02 06:01  

[김상조 일문일답] "표준특허기술 기업의 지배력 남용 심각"
"직원 사기진작 방안 초안 마련…리더십 평가 테스트베드 될 것"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민경락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표준필수특허가 있는 기업의 지배력 남용행위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표준필수특허는 없으면 관련 업종에서 절대 사업을 할 수 없는 특허"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제는 이들의 불공정행위가 모두 플랫폼적 성격이어서 과거의 경쟁법적 기준이나 판례로 규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라며 한계를 최근 절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표준기술특허가 우리나라 기업에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아쉬울 때도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전직 공정위 고위 간부들이 '취업 알선'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직원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기 진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직구성원 사기 진작 방안은 이미 발표한 공정위 쇄신 방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관장으로서 리더십을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전속고발제 폐지 방침이 담기면서 재계에 과잉 수사 우려가 있다.
▲ 양 기관이 경쟁적으로 담합을 수사 조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어느 한 기관이 수사나 조사를 하면 그것을 나머지 다른 한 기관이 최대한 존중하도록 할 수 있도록 이를 사실상 구속력 있는 절차로 만든다는 뜻이다.
전속고발권 폐지와 리니언시 운용안은 중대 명백한 법 위반행위인 담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발해서 제재할 것인지, 그리고 기업의 예측 가능성 훼손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라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리니언시 정보 공유 문제는 검찰과 갈등 소지가 있다.
▲ 양 기관이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지만 담합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부서, 즉 공정거래조사부가 리니언시 정보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니언시가 들어오면 일정 기간 내 공정위가 먼저 보정작업을 한다. 리니언시 정보가 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 대검에 신설될 특별부서와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이 협의해서 어떤 사건을 어느 기관이 먼저 접근할 것이냐에 대해 먼저 기준에 따라 결정을 한다. 결정이 쉽지 않으면 양측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 방식으로 결정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지분율 기준을 신규 설립·전환하는 지주회사에 한해 상향하고 기존 지주회사는 세법상 규율로 상향을 유도하는 안에 대해 '봐주기' 논란이 있다.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경청할 것이다. 현재 시가 기준으로 모자라는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비용이 13조원이라면 그중 2개 그룹, 즉 SK그룹과 셀트리온[068270] 그룹이 12조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실질적으로 문제 되는 것이 2개라고 말한 것이다.


--재벌 개혁의 '후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지주회사 지분율 기준을 상향하는 것을 재벌 개혁이나 지주회사 제도 개혁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런 문제에 매몰돼서 논쟁이 비합리적 방향으로 진전되는 것이야말로 재벌 개혁을 또 한 번 실패로 이끌 위험을 가중하는 것이다.
30년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요구했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 못 낸 것은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얼마만큼 신중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냈는지와 관련이 있다. 공정위와 정부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경제 질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재벌 개혁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지분율 규제 등 법에 규정된 숫자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지주회사 제도 개편으로 삼성 지주회사 전환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모르지만 시행일부터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시행 시점, 또는 시행되더라도 일정 유예기간 고려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런 일정,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삼성에 남겨진 시간은 최대 3년 정도일 것이고, 삼성이 3년 이내에 지주회사 전환을 안 한 거나 못하면 영원히 못 하는 것다. 그것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결단 문제다. 어느 기업도 지금부터 3년 이내 결정하지 못할 문제라면 이후로도 못하는 것이다.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일감 몰아주기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 강화 문제는 또 기업들이 지분율을 낮춰 회피할 우려가 있다.
▲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지금까지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으로 비상장사(20%)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그것은 상장회사는 외부 감시와 견제가 작동할 기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그렇게 차등을 둘만 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몇몇 그룹의 총수일가 사익 편취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삶의 터전을 훼손해 공정 경제에 있어 회복 불가의 폐해를 야기하는 문제다. 그래서 상장사도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20%로 통일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고 한 지주회사 제도와는 다르다.



--세제를 통한 유인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 주주 입장에서 총수일가 지배력을 위해 지분율 낮추는 대신 세제 혜택을 못 받으면 대주주는 이익이지만 소액주주는 손해 보는 것이다. 주주의 압력에 의해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공정위와 기재부가 지주회사 제도 개선이란 주제를 놓고 공정거래법상 사전규제와 세제상 유인구조를 어떻게 정합적으로 만들 것인지 처음 논의했다. 이것은 한 부서의 별개 판단이 아니라 전체 정부부처간 협의를 통해서 전체의 합리성 제고하는 방향으로 논의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의 의미는.
▲ 관련 법이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3개다. 과거에도 그랬고 제가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지금 상황에서도 공정거래법상 사전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일감 몰아주기도 3개 법의 합리적 조합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확고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 입장에서 지분율 기준을 강화하면서 '(일감 몰아주기가)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일탈행위입니다'라는 시그널을 명확하게 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분율을 낮춰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는 시그널이다.
이런 한국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따라오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면 조사 역량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조사·제재를 계속할 것이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기업집단법제 말고도 중요한 내용이 많다. 공론화 과정이 중요할 것 같은데.
▲ 국회의원이나 국회 상임위가 주관하거나 참여하는 형태의 의견 수렴 절차로 이어져갔으면 하는 바람과 계획이 있다. 개정작업의 핵심은 기업집단법제 개편이 아니라 경쟁법제와 절차법제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의 역할과 한계는.
▲ 그 회의체는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해서 국정 과제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부처 간, 특히 입법 관련 이견을 조율하고 정책 홍보를 하는 기구다. 부처 칸막이를 넘는 사고가 가능해졌다. 중요한 인식 상 성과다.
다만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말씀을 드리면 조금 더 업무 범위가 넓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민주화는 정부 전체와 여당의 협업이 필요한 과제다.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차관급 회의가 아니라 당정 전체가 컨트롤타워가 되는 그런 기구로 격상하는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정위가 간사가 되는 실무급 회의체보다는 더 상위의 부처 및 인사가 총괄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순수한 개인적 의견이다.



--알고리즘 담합 등 새로운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는 담기지 못했다.
▲ 아쉬웠던 것은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단독행위, 플랫폼 산업 분야 시장지배력 남용 등의 내용을 이번 개정안에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보교환행위에 대해서는 담합 추정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나아가 동조행위, 알고리즘 담합 등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정보교환행위를 발판으로 동조적 행위나 알고리즘 답합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단초는 잡았다고 보고 중기 연구과제로 보고 있다.

--공정위원의 전원 상임위원화를 추진하는데 변호사 위원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실무적으로 보면 변호사가 가장 도움이 되는 직군인 것은 틀림없다. 공정위 상임위원이 되면 당연히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다. 제척 심사 등 제한이 다 적용된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상임위원을 그만둔 다음에 바로 로펌에서 일을 하는 것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정위 상임위원은 연구자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회일 것이다. 관련 연구 쪽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기업집단국이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성과가 있다면.
▲ 기업집단국이 출범한 이후 이전보다 사건 조사 착수 숫자가 많이 늘었다. 과거에는 사건 처리가 2∼3년 정도 걸렸지만 시간도 절반 밑으로 단축됐다. 제가 취임한 이후 조사한 사건도 빠르면 올해 내로 심판정에 올라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태조사 등을 통해 법 개정의 충실한 근거를 만든 것도 기업집단국의 성과다. 이것이 없었다면 공정위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못 했을 것이다. 법제도 개선의 합리성 갖추는데 집단국 1년의 성과는 막대하다.

--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한 조사가 늘고 있다. 최근 경향은 어떤가.
▲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관련 산업 업종에서는 그 기업이 갖는 특허 아니면 절대 사업을 할 수 없는, 이른바 표준필수특허가 있는 기업의 지배력 남용행위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것이 다 플랫폼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쟁법적 기준이나 판례를 가지고 이런 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규율하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가진 특허 기술을 왜 우리나라 기업에서 찾기 어려울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공정위가 혁신성장의 주체로 강조되고 있다.
▲ 경쟁적 시장질서가 혁신의 기반이라는 점을 보면 당연하다. 혁신성장의 핵심은 중견·중소기업의 현장혁신이다. 그래서 공정위가 혁신성장의 중요한 부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현장혁신이 갑질 근절 등의 공정 경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혁신성장을 곧 규제 완화로 보는 프레임은, 소득성장을 최저임금 인상과 등치시키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것이다. 규제 완화를 대기업의 민원 해결로 등치 시키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혁신성장에 대한 혼란이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논란도 있었지만 인터넷은행 한두 개 더 만들면 일자리나 혁신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증명해보라고 요구하는 발상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도전이다. 사전적으로, 정량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면 혁신이 아니다.



--공기업 일감 몰아주기 폐해도 심각하다.
▲ 취임 3년 차는 공정거래법의 차원을 넘어서서 범정부 차원에서 여러 법률의 종합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과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여러 부처와 여러 법이 관련된 구체적 이슈를 범정부 차원에서 같이 검토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공기업이다.
공기업도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다. 그래서 공기업 일감 몰아주기, 지배구조 다 적용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정위가 다 할 수는 없다. 공기업은 기재부의 공공기관운영법 적용 대상이기도 하다. 상장된 공기업은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고 조달청의 공공입찰 제도, 보건복지부의 스튜어드십 코드와도 관련돼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관련 부처와 구체적 이슈를 정해서 종합적인 개선 대책을 만들어봤으면 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무혐의 처분 내리면 곧바로 안 밝히는 경우 많다.
▲ 공정위에 한정된 인적 자원하에서 업무 집행의 문제다. 분명히 제재를 한 것뿐만 아니라 무혐의 결정한 것, 또는 심의절차 종결한 것까지 언젠가는 경제적 사회적 중요성이 있는 것은 처분 결과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의점 과당 경쟁 해소 안으로 이종 브랜드 간의 거리 제한이 주목을 받고 있다.
▲ 일단 자율 안을 만들어서 공정위가 승인하는 형식이라고 해도 주요 편의점 본부는 다 참여해야 하고 많은 편의점주가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없다면 작동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업계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공정위가 전향적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과거에 공정위가 다르게 판단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편의점 과밀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편의점 산업 자체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고 소상공인의 고통이 너무 커진 상황이라서 과거 공정위 판단에 구속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검찰 수사로 직원 사기가 저하됐다는 얘기가 있다.
▲ 소위 '늘공(늘 공무원)'은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들이다. 평생에 걸쳐서 직업으로서 공익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제가 취임 이후 마라톤 선수에게 100m 달리기를 시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다.
사무처 차원에서 직원 사기 진작 방안 초안을 만들었고 이번 주 초부터 전 직원에게 회람 중이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쇄신 방안도 신중하게 만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조직구성원 사기진작 방안이다. 기관장으로서 저의 리더십이 테스트베드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로비스트 규정 효과는 있다고 보나.
▲ 부적절한 모든 것을 걸러낼 수 있는 완벽한 장치는 아니다.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전직 직원 접촉은 사무실 전화와 업무 메일 포함해 사실상 전면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 감찰팀에 적발되면 공직 커리어에 심각한 문제가 지장이 올 정도로 중징계할 것이다. 감찰팀장 외부 채용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BMW 사태에 공정위가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
▲ 제품 자체 위해성은 기술적 판단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공정위가 조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다만 위해성에 대해 정보 은폐 등이 있다면 그것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안이다.

--소비자 정책 분야에서 개선점이 있다면.
▲ 이번에 소비자원의 민원 정보를 의미 있는 빅데이터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고 공정위, 소비자원, 소비자단체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1년간 공정위에 온 민원 중 가장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던 것이 확률형 게임 아이템이었다. 공정위가 이런 분야에서 제대로 일을 하는 기관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나.
▲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이 지금 저의 생각이나 활동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에 걸맞은 별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김상조호 공정위 이후 개혁들이 임기를 마친 뒤에는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제가 3년 임기를 마친다면 많은 부분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되돌아가지 않는 성과를 만들고 싶고 일정한 정도의 자신감은 있다. 어서 대학의 자유로운 공기를 다시 마시고 싶다. 물론 다시 대학으로 간다는 것은 묵언 수행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그동안 한국 경제는 한정된 자원을 소수 대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그 과실이 밑으로 퍼지는 '낙수 효과'에 의해 성장했다. 이것이 30년간 유효했지만 이제 더는 작동은 어렵다. 한정된 자원을 사람에 먼저 투자해서 그것이 기업과 국가 경제의 경쟁력 향상으로 선순환하도록 하는 것이 사람 중심 경제다.
이중 붕괴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끌어올리는 의미의 사람 투자가 바로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리고 사람이 가진 경쟁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혁신성장이다. 두 개의 길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인프라로서 공정 경제다.
사람 중심 경제라는 슬로건이 바뀌지 않는 한 세 개 축은 바뀔 수가 없는 하나의 세트다. 세 개의 축 중 하나를 바꾸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포기하라는 것과 똑같다. 다만 경제정책이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조율 보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자영업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촘촘하게 조율·보완하겠다는 말씀드린다.

--소득주도 성장을 최저임금 인상과 등치시키는 분위기가 강한데.
▲ 포용적 성장 개념은 서구에서 아주 일반화된 개념이다. 그중 노동, 임금, 소득 중 어디에 집중할 것이냐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와 노사관계 특성에 달려있다.
노동자의 80%를 조직원으로 하는 전국단위 노조가 있고 그 조직이 정부의 소셜 파트너로서 관계가 형성돼있는 곳은 '노동주도'가 맞다. 대다수 경제활동 인구가 표준적인 임금계약에 들어오면 '임금주도'가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둘 다 아니다. 노조조직률이 낮고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임금계약의 범위 밖에 있는 자영업자다. 이런 상황이라서 '노동주도'도 아니고, '임금주도'도 아니었다. 이런 의미에서 최저임금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의 유일한 정책 수단이 아닌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케인스 일반이론 서문을 보면 당대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의 이론도 따져보면 200년 전 어느 이름 모를 경제학자가 다 한 얘기라는 문장이 있다. 결국, 그 시대 상황, 경제적 여건에 맞게 이론의 틀을 어떻게 정책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소득주도성장은 '200년 전'부터 있었다는 얘기다. 어느 날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만이 갑자기 만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케인스 유효수요 이론도 결국 소득주도성장의 한 부분이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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