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김용빈 카누회장 "단일팀 훈련 중 무지개, 금메달 징조였죠"

입력 2018-09-02 07:00  

[아시안게임] 김용빈 카누회장 "단일팀 훈련 중 무지개, 금메달 징조였죠"
"9월 미국 용선 세계선수권도 단일팀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우승 후보"
"이번 대회서 애국가-아리랑, 태극기-한반도기 모두 달성해 보람"



(팔렘방=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남북 단일팀이 충주에서 마지막 훈련을 하는데 진짜 큰 무지개가 떴다면 믿으시겠어요? 그런데 진짜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종합 스포츠 대회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따낸 카누 종목의 김용빈(46) 대한카누연맹 회장이 휴대 전화에서 사진을 찾아 보여주며 말했다.
카누 종목은 이번 대회에서 남북이 단일팀을 꾸린 3개 종목(여자농구·카누·조정) 가운데 하나였다.
남북의 선수 10명이 함께 노를 젓고, 2명은 키잡이와 북재비를 맡아 용 모양의 배(용선)의 스피드를 겨루는 카누 용선 종목에서 단일팀은 여자 500m 금메달, 여자 200m와 남자 1,000m 동메달을 수확하며 남북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했다.
7월 말 북측 선수들이 방남해 충주에서 약 20일 정도만 호흡을 맞추고도 최소한 1년 이상 조직력을 다진 다른 나라들보다 빠른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1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만난 김용빈 회장을 통해 들어봤다.



김용빈 회장은 '무지개' 얘기부터 했다.
김 회장은 "사실 북측하고 처음부터 잘 맞을 수야 있었겠느냐"며 "남북이 '단일팀으로 좋은 결과를 내서 민족 화합에 도움이 되자'는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세밀한 부분에서는 이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이해해주고, 서로 설득도 하면서 이견이 점차 사라졌고 하이라이트는 충주에서 마지막 훈련을 할 때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출국 전 최종 훈련을 하는데 커다란 무지개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게 무슨 영화도 아니고, 컴퓨터 그래픽도 아닌데 정말 그런 무지개가 떴다"며 "훈련하던 선수들이 무지개를 보고 '우리 한 번 해보자'며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고 당시 팀 분위기를 전했다.
상서로운 무지개의 출현에 남북이 급격하게 '원 팀(One Team)'으로 뭉칠 수 있었고, 실제로 금메달을 따낸 이후로도 이 '무지개'의 출현을 아는 사람들은 계속 무지개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또 "이번 대회에서 우리 카누는 단일팀 금메달과 남자 카약 1인승 조광희의 우승으로 태극기와 한반도기, 애국가와 아리랑을 모두 게양하고 연주하게 한 종목이 됐다"고 자부심을 내비치며 "아마 앞으로도 전무후무한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카누가 이번 대회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김 회장 등 카누연맹 집행부의 의지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가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을 보면서 그때부터 국제연맹과 아시아연맹에 접촉해서 이번 대회 단일팀 구성을 추진했다"며 "'한 배를 탄다'는 말에도 잘 어울리고 이 종목은 기존 국가대표가 없었기 때문에 선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팀을 추진하기에 제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코퍼레이션 대표이기도 한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카누연맹을 맡았다.
그는 "처음에 카누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벤처기업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다 잘 되는 종목에 들어가서 폼만 잡는 것이 아니고, 구성원들과 함께 새롭게 다시 키워가는 종목 단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카누와 인연을 맺은 배경을 서술했다.
김 회장은 "사업을 21년간 해오면서 사회봉사 활동도 많이 한다고 자부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스포츠 부문을 통한 봉사도 엄청난 일이라는 점을 느꼈다"며 "카누가 지금은 비인기 종목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피겨스케이팅이 인기 종목이 될 줄은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반전을 예고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카누는 단일팀에서 따낸 금 1개, 동 2개를 제외하고도 남측 선수들로만 금, 은, 동 1개씩을 수확하는 등 풍성한 열매를 얻었다.



12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조지아주 게인즈빌에서 열리는 세계용선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참가에 대한 희망도 아직 버리지 않았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 비자만 주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카누연맹, 아시아연맹, 대한카누연맹, 조선커누협회 등 모두가 다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이 단일팀"이라며 "우리 여자팀은 나가기만 하면 바로 우승 후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북측 선수들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고, 대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단일팀 구성 가능성을 낮아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김 회장은 "만일 단일팀 구성이 안 되면 이번 세계선수권에는 출전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다만 그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께 감히 다음 남북정상회담으로 방북하실 때 우리 단일팀 선수들을 좀 데려가 달라고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충주에서, 인도네시아에서도 같이 한배를 탔는데 아직 북에서는 한배를 타지 못했다"며 "북에서도 하나가 될 기회를 만들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남북 선수들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렸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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