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역사' 브라질 국립박물관에 불…테메르 "비극적인 날"(종합)

입력 2018-09-03 18:17   수정 2018-09-03 18:19

'200년 역사' 브라질 국립박물관에 불…테메르 "비극적인 날"(종합)
유물 2천만점 상당 부분 소실 가능성…1만년 전 유골 등 소장품도 화마 속으로
소화전 '불통' 초기대응 실패…"브라질의 비극", "국가 자살 행위"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김연숙 기자 = 200년의 역사를 지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에 2일(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장 유물 2천만 점의 상당 부분이 소실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나, 정확한 피해 상황은 3일 새벽 현재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AP통신과 BBC 방송, 가디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불은 일요일인 2일 오후 7시 30분 시작됐다. 관람 시간이 지나고 문을 닫은 상태였다.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질의 과학과 역사, 문화에 끼치는 손실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정도다.
이 박물관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크리스티아나 세레주 박물관 부관장은 말했다. 그는 "100년 이상 된, 엄청난 수집품이 여기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1818년 지어진 이 박물관은 한때 왕족이 거처하는 곳으로 쓰이기도 했다.
특히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돔 페드로 1세가 가져온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가공 예술품,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1만 2천 년 전의 해골 '루치아'를 비롯해 화석, 공룡, 1974년 발견된 운석 등 귀중한 소장품을 보관하고 있다.
화재 원인은 현재 알려지지 않았다.
불이 나자 20개 소방서에서 소방관 80여 명이 출동했지만, 대응이 늦었다.
주변 소화전 2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아 트럭으로 주변 호숫가의 물을 길어 진화에 나섰다.
리우의 소방청장 로베르투 로다바이는 "건물이 오래됐고 인화성 물질에 나무, 서류, 기록 등이 많았다"고 말했다.



브라질이 국보급으로 취급하는 이 박물관을 휘감은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화염이 솟구치는 모습이 현지 TV 방송으로 중계됐다.
루이스 두아르테 박물관 부관장은 현지 글로보뉴스와 인터뷰에서 박물관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였고, 적절한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6월 박물관 200주년 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정부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그는 "수년간 우리는 지금 완전히 파괴돼 버린 이것들을 지키겠다고 여러 정부와 싸웠다"며 "엄청난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박물관이 얼마 전 브라질개발은행(BNDES)과 계약을 맺고 화재예방 프로젝트 등을 위한 예산을 마련했다는 점을 공개하며 "끔찍한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미셰우 테메르 정부는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과학·문화 예산을 우선 삭감했고, 리우 연방대학 소속이던 이 박물관도 몇 년 전부터 점차 황폐해졌다.
테메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200년에 걸친 연구와 자료를 잃었다"며 "브라질에 비극적인 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브라질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베르나드 벨루 프랑쿠는 "이 비극은 국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범죄"라고 통탄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번 불이 2016년 올림픽을 개최해 한때 호황을 누렸던 리우데자네이루가 치솟는 범죄율과 경제 쇠퇴, 정치적 부패 등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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