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김성태, 강서 장애인학교 설립 합의…'나쁜 선례' 논란(종합)

조희연-김성태, 강서 장애인학교 설립 합의…'나쁜 선례' 논란(종합)
교육청, 특수학교 설립 협조받는 대신 한방병원 유치 협력하기로
향후 특수학교 설립 시 '합의' 요구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서울 강서구을이 지역구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장애인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에 '합의'했다.
행정·법적으로 불필요한 절차라 교육청이 특수학교 설립을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결재'받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 의원,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서 특수학교 설립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을 마무리하고자 한다"면서 "특수학교와 지역사회가 서로 배려하며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특수학교 설립 관련 지역주민 의견수렴 과정에 '더 섬세하게' 노력하지 못한 점과 교육청과 주민이 특수학교를 두고 대립하는 것처럼 비치게 한 점에 유감을 표했다.
또 조 교육감은 "김 의원은 대체부지 마련에 노력했고 비대위는 특수학교 설립에 마음을 열어줬다"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 축복 속에 특수학교를 만드는 것이 교육청 입장에서 대단히 중요했다"면서 "김 의원과 비대위가 협력해주셔서 오랜만에 국민께 흐뭇한 소식을 전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1년 전인 작년 9월 5일 서진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학교설립을 호소하며 주민들 앞에 무릎 꿇은 일도 언급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이번 합의를 추진하며 작년 '무릎 호소'로 서진학교 설립을 끌어낸 장애학생 부모들에게는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조 교육감 지시로 김 의원 등에게 먼저 합의를 제안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서진학교 인근의 학교가 통폐합되는 경우 부지를 국립한방병원 건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또 옛 공친초 건물에 주민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해주기로 했다. 이는 서진학교 설계에 이미 반영됐다.
교육청은 서진학교에 강서구 학생을 먼저 배정하기로도 했다.
김 의원은 한방병원이 설립되도록 교육청·주무 부처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한방병원은 오랜 지역숙원사업"이라면서 "인근 학교 통폐합으로 부지가 마련되면 한방병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마련한 대체부지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김 의원과 교육청은 '대체부지'가 실제 마련됐었는지를 두고 공개적으로 진실공방을 벌인 바 있다.
비대위는 서진학교가 설립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설립 이후에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구별 없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지적장애학생 140여명이 다닐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짓는 중이다. 공사는 지난달 시작됐으며 내년 9월 개교한다. 서울에서 17년 만에 특수학교가 문을 여는 것이다.
학교설립은 교육감 권한이기 때문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데 주민이나 지역구 국회의원과 합의는 필요치는 않다. 특히 서진학교는 교육청 소유 학교용지에 기존 학교건물을 활용해 지어진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교육청이 법적·행정적으로 전혀 불필요한 '합의'를 스스로 제안해 앞으로 특수학교 설립에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은 서초구 옛 언남초 자리에 서진학교와 같이 내년 9월 개교할 나래학교를 건설 중이며 중랑구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나래학교 인근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 '반대급부'로 건축규제완화를 원해 이들도 이번 같은 '합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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